[유영만의 體認知]<423>학사의 정확한 의미

전공 관련 개론 수업을 시작으로 각론을 배우고 실습이나 인턴십을 마치면서 소정의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을 한다. 대학 졸업 후 받는 학위가 학사, 학사를 받으면 모든 걸 알 것 같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학사의 정확한 의미는 들은 적은 있으나 설명할 수 없는 상태다. 사람들은 들은 적 있는 내용을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때가 많다. 단지 들은 적이 있다는 기억이 내가 마치 그것을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순간 지적 호기심으로 더 깊이 있게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책을 읽었으나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또는 무슨 내용이었는지 어렴풋하게 생각은 나지만 분명하게 기억되지 않는 내용도 많다.

들은 적은 있으나 설명할 수 없는 상태는 전혀 모르는 것보다 나쁠 때가 있다. 아예 모른다고 생각하면 호기심이 생기고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들은 적은 있으나 설명할 수 없는 상태를 아는 것처럼 착각할 때에는 더 이상 열의를 갖고 열정적으로 파고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들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식상한 내용을 또 이야기한다는 불평을 털어놓기 일쑤다. 식상한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식에 시비를 걸지 않는다. 원래 그런 거고 당연한 것이며 물론 그렇다고 치부해버린다.

배웠으나 도움이 되지 않는(Learned helpless) 상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자세를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일단 들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세상은 모두 우리의 스승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어떤 내용을 자신의 이전 경험이나 선행지식에 비춰 판단하기 이전에 진정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나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인지를 찾아보자. 세상이 학습무대며 모든 사람과 사물이 다 나의 스승으로 다가온다.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단점보다 장점, 비난보다 칭찬이 언제나 앞서게 마련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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