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김기사, 창업에서 도약까지

작년 여름, 중소기업이 만든 내비게이션 앱 하나가 파란을 일으켰다. 록앤올이 내놓은 `김기사`가 T맵·올레내비 등 이동통신사가 만든 쟁쟁한 내비게이션 앱을 제치고 3달간 2위를 지킨 것이다.

1위는 `네이버지도`. 실시간 내비게이션과는 성격이 다른 모바일 지도 서비스다. 내비게이션 분야에선 실질적으로 1등인 셈이다. 당시 직원도 20여명 밖에 안 되던 때다. 한 달 평균 1인당 이용 건수는 12.5회로 고객 충성도도 높았다. 현재 김기사는 5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국내 대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 창업 이후 3년 만에 록앤올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처음 창업을 결심하고 회사를 설립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내비게이션으로 창업을 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작은 스타트업이 무슨 내비 사업이냐`며 모두들 말렸다”고 회고했다. 사실 당연한 얘기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대형 이동통신사와 전문 제조업체들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통신사에서 만든 내비게이션 앱은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돼 시장에 나온다. 고객에게 다가서는 과정에서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충분한 기술과 경험, 사업 계획이 있다고 확신했기에 창업을 결심했지만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박 대표는 “시장을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주변 생각은 달랐다”며 “말리는 말만 하도 듣다 보니 `내 선택이 잘못 됐나, 레드오션에 들어가는 건가` 하는 고민이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창업을 강행했다. 사실 박 대표는 위치정보 기반 사업만 10년 이상 해온 이 분야 베테랑이다. 박 대표와 김원태 공동대표, 신명진 기술총괄 등은 모두 KT와 위치정보 벤처 기업 포인트아이 출신이다.

이들은 친구찾기 등 다양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위한 솔루션을 만들었고, 피처폰 시절 휴대폰을 이용한 내비게이션도 만들었다. 포인트아이가 2006년 코스닥 상장을 거쳐 2009년 다른 기업에 인수된 후 이들은 새롭게 사업에 도전했다.

당시 불어닥친 아이폰 열풍이 계기가 됐다. 과거에는 GPS API를 통신사가 독점, 통신사와 협의 없이는 내비 사업을 할 수 없었지만 아이폰은 위치정보가 공개돼 있다. 평소 꿈꾸던 정확한 내비게이션을 만들 수 있으리란 생각이었다.

박 대표는 “내비게이션이 많았지만 스마트폰에 꼭 맞는 제품은 없었다고 봤다”며 “`벌집`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을 만들고 경로 재탐색 시간을 단축하는 등 사용자 관점에 중점을 두고 김 기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고비는 김기사 출시 1년 뒤 닥쳐왔다. 당시 유료 판매하던 김기사를 무료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새로운 서비스가 충분히 사용자에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며 처음 8개월 가량 앱을 유료 판매했지만, 유료라는 진입 장벽은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결국 고민 끝에 작년 1월 무료로 전환했다.

새 사용자 확대의 계기가 됐지만 기존 사용자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새 사용자를 끌어들이면서 기존 사용자를 다독거리고, 수익 모델까지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한꺼번에 지게 됐다. 유료 사용자에겐 광고를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법을 냈다. 2~3개월 간 사용자 이슈와 불만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광고 모델을 도입한 만큼 적절한 광고 기법을 개발하고 수주하는 것도 과제였다. 박 대표는 “기존 모바일 광고 배너 외에 김기사 벌집 UI에 맞는 광고를 개발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기사는 5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지난달 기준 길 안내 건수가 6000만건을 넘을 만큼 입지를 굳혔다.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위치와 관련된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김기사 앱에서 대리운전을 부를 수 있게 하고 `예약왕포잉`과 제휴해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외부 파트너와 제휴를 맺고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