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공급량 6% 끊기며 가격 급등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화재로 세계 D램 생산에 큰 차질이 생겼지만, 메이저 D램 업체 모두가 이익을 누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세계 D램 공급량 중 6% 정도가 갑자기 뚝 끊기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마이크론 등 경쟁사는 향후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화재 피해 당사자 SK하이닉스도 생산량 감소 충격을 가격 상승분으로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DDR3 2Gb D램 현물가격은 1.95달러를 기록했다. 일부 제품은 2달러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화재 발생 후 이틀 만에 22%가량 급등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부터 피해가 없는 생산라인을 가동했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다. PC용 D램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은 다시 큰 폭으로 벌어졌다. DDR3 2Gb 고정거래가격은 1.58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D램 현물가격 급등이 향후 고정거래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의 월간 D램 생산능력은 2Gb 기준으로 5억개 수준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을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이 세계 D램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이다. 하반기 들어 수급 안정화로 상승세가 둔화된 D램 가격이 다시 요동치는 이유다.
세트 제조업체뿐 아니라 반도체 유통 업체들도 재고량을 늘리면서 D램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팀장은 “SK하이닉스의 D램 재고량은 2억5000만개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자산 가치 증가와 판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출하량 감소 충격보다 오히려 수혜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SK하이닉스 화재가 촉발한 가격 상승 흐름이 모바일 D램으로도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모바일 D램을 일부 생산해왔다. 세계 모바일 D램 생산 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가격 상승을 일으킬 기폭제로는 충분하다. 최근 갤럭시노트3·아이폰5S 등 인기 스마트폰 시리즈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모바일 D램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모바일 D램 공급량에 약간의 차질만 생겨도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21%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중국 저가 스마트패드 업체들이 PC용 D램 가격 상승으로 모바일 D램을 쓰기 시작한다면 가격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