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잃어버려 본 사람이라면 공감한다. 단순히 값비싼 기기를 잃어버린 것 그 이상의 불안감이 몰려온다. 스마트폰에 담긴 대량의 사생활 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개인 사진부터 금융 정보까지 스마트폰에 담긴 각종 데이터는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한 기술이 `스마트폰 킬 스위치(Smartphone Kill Switch)`다. 스마트폰을 도둑맞거나 잃어버렸을 때 원격으로 기기를 조종해 아예 쓸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제품 운용체계(OS)나 이용자가 임의로 바꿀 수 없는 펌웨어(firmware) 자체에 킬 스위치를 심는다. 모든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미래창조과학부는 `휴대폰 부정사용 피해 방지 종합 대책` 일환으로 주요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과 협의해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에서 판매할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킬 스위치를 심게 했다. 도둑맞거나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불법으로 다시 쓰는 행위를 단속하는 것만으로는 불법 행위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국 뿐 아니라 최근 확대되는 스마트폰 도난은 세계 각국 정부의 골칫거리다. 한국에서 잃어버린 스마트폰이 중국 등지로 빠져나가고 제품 내 개인 정보를 악용한 금융 사고는 적지 않다. 국내 3대 이동통신 사업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분실 신고가 94만 건에 달했다. 2009년 5575건이었던 절도 수(경찰청 집계)도 지난해 3만1075건으로 457.4%나 늘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