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보다 100만분의 1만큼 작은 구멍에 전자파를 집중시킬 수 있을까? 전자파(빛)는 파장보다 작은 구멍에서는 퍼지려는 성질이 나타나는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나노구조를 제작해 효용성이 높은 밀리미터 파장의 테라헤르츠파를 1나노미터 구멍에 `집속`하는 데 성공했다.

테라헤르츠파는 마이크로파와 원적외선 사이의 100GHz∼10THz 대역 전자파로 파장이 길어 투과력이 강하면서도 에너지가 낮아 생체 세포에 매우 안전해 병리조직 진단 등에 활용될 여지가 크다. 게다가 투과 대상 물체를 손상시키지 않아 분자 검출, 위험물 탐지 등에 적합해 최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9일 김대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박남규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오상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테라헤르츠파를 1나노미터(㎚) 구멍에 집속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개발해냈다.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수십nm 크기 갭에서 테라헤르츠파가 증폭되는 것을 관측하고 증폭된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해 극소량의 폭발물을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갭 크기를 줄이고 테라헤르츠파 빔 크기에 맞춰 나노 갭을 수㎟ 면적 크기로 반복 배열해 4인치 웨이퍼에 대면적으로 1㎚ 갭 배열구조를 만들었다. 그다음 격자모양으로 된 이 금속 표면에 테라헤르츠파가 투과할 수 있는 1㎚ 두께의 얇은 막을 증착시키고 그 위에 다시 금속을 증착하고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나중에 증착된 금속층만을 떼어냄으로써 투과를 차단하는 금속층과 투과층이 번갈아 나타나도록 제작했다.
이렇게 하면 갭 이외의 금속은 테라헤르츠파의 투과를 차단해 마치 깔때기를 통과하듯 테라헤르츠파가 갭 내부로 강하게 집속된다. 실제 연구팀은 제작한 1㎚ 갭 배열구조 내부에서 테라헤르츠파의 세기를 1억배 이상 증폭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처럼 전기장의 집속, 증폭 등의 특성을 갖는 구조와 현상을 이용하면 1㎚ 리소그래피(반도체 웨이퍼 표면에 감광제를 바른 다음 원하는 패턴을 올려 빛 등을 쬐어 회로를 그리는 기술) 등 같은 분야가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미래부의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주목할 논문`(Featured Article)으로 선정됐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