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웨어러블 컴퓨팅 생태계에 눈돌릴 때

몸에 입고, 쓰며, 차는 웨어러블 컴퓨팅 시장 경쟁을 시작했다. 그 문을 삼성전자가 열었다. 지난 주 손목에 차는 스마트기기 `갤럭시 기어` 상용 제품을 공개했다. 시장 전망은 엇갈리지만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컴퓨팅 시장 선도자로 나섰다는 데 이론이 없다. 우리나라는 MP3플레이어와 스마트폰 상용화를 먼저 주도하고도 선도자 역할을 애플에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있다. 웨어러블 컴퓨팅만큼 이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웨어러블 컴퓨팅은 PC와 모바일을 이을 차세대 컴퓨팅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술 거인이 이 시장 선점에 달려든 이유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상용 제품 공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컴퓨팅 시장은 크게 운영체제(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와 기기인 하드웨어로 나뉜다. PC 시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장 모두 마이크로소프트, 컴팩, 델 등 미국 업체가 장악했다. 모바일 컴퓨팅 시장도 애플, 구글 등 미국 기업이 주도했지만 하드웨어 시장 일부를 한국 업체에 내줬다.

우리로선 웨어러블 컴퓨팅 시장 입지를 지금 모바일 시장보다 훨씬 더 넓혀야 한다. 자격은 충분하다. 우선 하드웨어 경쟁력이 월등하다. 웨어러블 기기 제조뿐만 아니라 배터리부터 플랙서블 소재까지 핵심 부품소재 제조 기술을 우리 기업들이 두루 보유했다.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취약하다. 갤럭시 기어도 안드로이드 기반이다. OS와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를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다 할지라도 응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을 우리 기업들이 주도해야 한다. 웨어러블 컴퓨팅은 분명 현 모바일 컴퓨팅과 다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요구한다.

웨어러블 시대를 맞아 구글, 애플, MS가 여전히 무서운 이유도 개발자커뮤니티와 개발도구부터 앱까지 다양한 조력자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생태계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갤럭시 기어 공개가 단순한 상용화 자랑을 넘어 한국 기업이 국내외 개발자에게 새로운 웨어러블 생태계 구축 선언으로 읽히는 시발점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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