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부족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정전 때만 제한적으로 돌아가는 비상발전기가 상시 소모하는 전력량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5일 발전기 업계에 따르면 비상발전기 정상적인 운전을 위해 1년 내내 전기 히터가 가동된다. 전기 히터는 비상 발전기가 갑작스러운 운전에도 엔진이나 동체에 무리가 없도록 예열하는 장비다. 비상발전기가 언제 가동할지 모르기 때문에 히터는 연중 가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15~20층 건물에 들어가는 설비용량 2000㎾의 비상발전기에 12㎾ 히터가 붙는다. 이를 24시간 가동하면 한 달 전력사용량(30일 기준)만 8640㎾h다.
한전의 선택요금 중 기본요금은 높고 사용요금은 낮은 `고압A 선택2` 여름철 요금을 기준으로 하면 기본요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한 달 사용요금만 94만6080원이다.
김영환 의원(민주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전국 아파트나 기업, 산업체, 공공시설 등에는 2218만㎾에 달하는 비상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산술적으로 따져도 13만3080㎾의 전기히터가 24시간 가동되는 것이다. 한 달에만 9581만7600㎾h의 전력을 사용한다. 같은 요금 기준으로 순수 사용량에 따른 전기요금만 104억9200만원 정도다.
이는 정격 소비전력 2000W인 에어컨(스탠드형) 6만6540대를 최다로 한 달 내내 켤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 일반 가정 소비전력을 3㎾로 가정하면 4만4360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히터를 꺼놓으면 정전으로 인한 가동 때 발전기 엔진이나 동체에 무리가 생겨 고장 위험이 크다. 마치 자동차를 1년 동안 세워만 놨다가 갑자기 운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발전기 가동을 위해서는 전기 히터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전력 낭비가 너무 심하다”며 “발전기 제조뿐만 아니라 운영에 관한 표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