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인간 삶만큼이나 경우의 수가 다양하고 마음을 비워야 좋은 결과를 얻는 점이 닮았다. 바둑 명언 중에 `강안팔목(岡眼八目)`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두는 바둑은 잘 안보이지만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에게 수가 잘 보인다.
바둑을 두는 당사자는 욕심이 앞서 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잘 나가던 바둑을 욕심 때문에 망치거나 이겼다고 방심하는 사이에 전세가 역전된다. 그러나 한발 물러나 구경하는 사람은 전체적인 그림이 보인다.
프로기사들은 바둑을 둔 다음 자신이 두었던 수를 순서대로 완벽하게 재현한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방법이다. 300여수에 달하는 바둑알을 정확하게 원래 위치에 놓는 것을 보고 프로기사를 기억력의 천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기억력과 상관없다. 바둑알을 놓은 위치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바둑판 전체를 하나의 `의미 패턴`으로 인식한다. 한 수 한 수 신중하게 둔 바둑은 완벽하게 다시 둘 수 있지만 성의 없이 둔 바둑은 쉽지 않다.
패턴이란 형태나 유형, 양식 등이 일정한 주기로 배열되는 것을 가리킨다. 한 분야에 대가가 된 사람들은 복잡한 사안을 몇 가지 단순한 패턴으로 이해한다. 어떤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반복되는 패턴을 찾는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결국 유사한 몇 가지 패턴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이든, 사회든 복잡한 현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 구조를 찾는 것이 패턴적 사고다.
패턴은 곧 문제의 본질과 연결된다. 천재들은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 즉 패턴을 본다. 나무에 집착하면 숲을 보지 못하고 헤맨다. 세상의 패턴은 멀리서, 장기적으로, 다양한 조합으로 관찰해야 보인다. 패턴을 읽는 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피카소, 아인슈타인, 헤밍웨이와 같은 사람들은 복잡한 사안을 몇 가지 단순한 패턴으로 이해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단 이렇게 머릿속에 그린 패턴은 스스로 반복돼 새로운 패턴으로 진화한다. 아무런 공통점이 없이 달라보이던 두 사물이 어떤 특질을 공유하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이 패턴적 사고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결국 유사한 몇 가지 패턴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 어떤 패턴을 찾으면 예측 가능하고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다. 유행, 범죄, 전염병, 주가, 경기변동, 사회적 이슈 등이 모두 그렇다. 아주 많은 사례가 축적되면 어느 정도 확률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요즘 화두가 된 빅데이터 역시 패턴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분석하면 흐름과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패턴의 핵심은 반복과 대칭이다. 어떤 것이든 반복되는 행위는 패턴을 만들어 낸다. 어떤 분야든 깊이 몰입하면 패턴이 보인다. 이제 패턴으로 세상을 읽자. 우리 삶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볼 안목이 생긴다.
이영직 지음. 스마트비즈니스 펴냄. 1만5000원.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