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몇 곳을 다니려고 숙소 예약하러 인터넷에 들어가니 편리하기가 그지 없었다. 숙소 가격은 물론이고 숙소 위치, 주변 시설, 숙소 평가 글까지 나와 마치 그 곳을 한번 다녀 왔던 사람처럼 숙소를 선택할 수 있었다. 물론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소·이메일과 신용카드 정보를 제공해야 했지만 말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서버가 늘고, 저장 용량이 늘어나고, 또 정보를 생산하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개인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이처럼 다양해진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70억 지구촌 사람 중에 24억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등장하면서 개인의 정보 생산이 더욱 쉬워져 인터넷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는 더 늘어나게 됐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한 정보 이용이 개인에게 편리함만을 주는 것일까. 최근 에드가 스노우든에 의해 실체가 드러난 미국 국가안보국(NSA) 비밀정보수집 프로그램 `프리즘(PRISM)`의 존재는 인터넷 역시 빅브라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스노우든 사건을 계기로 공개된 바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세계 일반인 통화 기록은 물론 인터넷 사용 정보 등 개인 정보를 무작위로 수집·저장·분석해왔다는 것이다. 정보 수집이 가능했던 것은 인터넷 데이터 망이 대개 미국을 경위하고 있었기 때문. 과거 도청 기술과 달리 실시간으로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즘은 컴퓨터의 늘어난 저장 용량과 처리 속도에 기초해 한 달에 5억 건 이메일, 전화기록, SMS를 수집·저장해두고 분석할 수가 있다. 컴퓨터 하드웨어 기술 발달에 국가안보국이 저장할 수 있는 세계 데이터양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엄청난 데이터 중에서 소위 `테러` 의심이 가는 데이터를 발견해내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데이터 분석을 위해 개발해온 데이터마이닝 기술, 구글에서 사용하는 검색 기술이 이 분석에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엉뚱한 사람을 테러 분자로 모는 경우는 줄고 있다고 하지만 분석 기술이 실패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국가안보국은 기술 의존을 더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가안보국에서는 유타에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보다 더 거대 규모의 컴퓨터를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프리즘 프로그램 존재는 인터넷 정보 사용의 자유가 얼마나 제한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를 이용하고자 접속하는 순간, 미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정보 수집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게 된다.
또 개인의 자유를 책임진다는 국가가 인터넷 공간에서는 그 의무를 할 수 없는 상황임을 드러내주었다. 테러 위협을 사전에 방지한다며 NAS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국가 국민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해당 국가로부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말이다. 개인정보 보호가 테러 위협을 이유로 무시될 수 있는 것인가.
인터넷 빅브라더의 기술적 가능성이 드러난 현재, 자국 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국제법은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앞으로 상상 이상의 능력을 지닌 컴퓨터 출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광케이블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로 정보 소통 또한 새로운 차원에 올려놓을 것이다. 이는 NAS와 같은 기관의 감시 능력 향상도 함께 가져온다.
인터넷 빅브라더 시대, 개인적으로 암호화된 이메일을 보내자는 것으로만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인터넷 정보의 바다가 주는 편리함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박진희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jiniiib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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