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아무래도 여자가 로봇같은 기계 관련 공부를 하면 `많이 힘들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고 힘든 만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로봇 공학이 남자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면 됩니다. 왜 이런 것을 따지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로봇공학=남자들의 전유물?` 황은솔(광운대 1년생)씨도 세상에 만연한 공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초등학생 상대로 재능기부를 할 때 유일하게 있던 남학생이 로봇 제작에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여학생만 모인 로봇 만들기 수업에서 쑥스러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다가 금세 함께 어울려 일취월장하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러나 황씨에게 로봇은 `즐거움`이다. 그는 “평생 함께 할 친구”라고 말했다. 황씨에게는 `즐거움≠남자들의 전유물`이란 공식이 먼저다. 여자고등학교에서 남달리 기계분야, 그 중에서도 로봇에 관심을 가졌던 황씨가 2011년 과학기술한림원 `청소년과학영재사사` 프로그램 멘티로 선정된 이유다. 멘토는 변증남 울산과학기술대(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가 맡았다.
“변 교수님이 울산에 계셔 자주 뵙기 힘들었습니다. 교수님 제자인 김영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님을 소개시켜주셨죠. 김 교수님이 서울과기대 연구 현장을 보여줬죠. 휴머노이드 등 로봇공학을 계속 공부하면 배우게 되는 분야를 설명해주셨습니다. 고등학생이었지만 대학에 진학에 전문적으로 로봇을 만들고 연구하고 싶다는 꿈을 다지게 됐습니다.”
황씨의 재능으로 광운대서 로봇공학 연구를 위한 전체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그는 교육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로봇 공학 현실이 아직은 척박하다고 느꼈다. 황씨는 “재능 기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라며 “관심은 있지만 여력이 없는 사람은 쉽게 로봇에 다가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십만원씩하는 기본 교육용 로봇키트뿐 아니라, 수백만에 이르는 휴머노이드 제작까지 본격적으로 로봇공부를 하기 위해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다. 황씨는 “로봇 공학을 배우고 싶지만 비용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로봇 공학 활성화를 위해 관련 인프라 등 체계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