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수출 개가를 올리고 있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설비 투자 실종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장비 업계로선 되레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암흑기를 지냈지만 올해부터는 해외 신시장이 열리면서 향후 2~3년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장비 업체들이 중국과 대만 현지 시장에서 첨단 장비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부진을 털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먼저 중국 시장이 국내 장비 업계의 발판이 됐다. 상반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공장,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발주가 시작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장비 수출이 탄력을 받았다. 쑤저우 공장 물량은 톱텍·에스티아이·코디엠·로체시스템즈·케이씨텍 등이 수주하면서 실적을 크게 향상시켰다. 광저우 공장도 발주가 시작돼 수천억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 물량이 국내 장비 업계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시장을 선점했던 기업들은 해외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중국 BOE뿐만 아니라 소형 OLED 패널 업체들이 OLED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OLED 시장에서는 먼저 진출한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몇몇 선두 기업이 물량을 수주하며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 OLED 장비는 수익률이 높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힌다. LIG에이디피·비아트론 등이 지난해 BOE의 중국 오르도스 저온폴리실리콘(LTPS) 투자 수혜를 입었으며, AP시스템은 쿤산 비저녹스를 비롯해 소형 OLED 패널 업체들로부터 장비를 잇따라 수주했다. SNU프리시전은 지난 4월 BOE와 작년 한 해 매출을 뛰어넘는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을 만큼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투자는 중국이 가장 많지만 일본과 대만 시장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기술과 시장 전반에 걸쳐 전환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TV 중심에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위주로, 비정질실리콘(a-Si)에서 산화물(옥사이드)나 LTPS로 디스플레이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극도로 침체된 일본에서도 옥사이드와 LTPS 투자가 일어날 정도다. 특히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재팬디스플레이와 세계 최초로 옥사이드를 상용화한 샤프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검토 중이다.
게다가 그동안 일본 장비만을 고집하던 일본 기업의 풍토도 바뀌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팬디스플레이 고위직을 만나 한국 장비 도입을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일본 기업도 가격 경쟁력을 위해 대응이 빠르고 가격이 저렴한 한국 장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도 투자 여력은 없지만 시장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설비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주성엔지니어링이 대만 AUO에 산화물 MOCVD 장비를 처음 공급해 주목받았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