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이 늘면서 감소했던 경유 소비량이 경유자동차 인기 상승에 힘입어 되살아났다. 비싼 세금 때문에 마음을 돌렸던 소비자가 개선된 친환경성과 높은 연비 덕분에 10년 만에 경유를 다시 찾고 있다.
1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억4536만배럴로 최고점을 찍은 후 보합·감소세를 보이던 국내 경유 소비량이 지난해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1억3415만배럴까지 떨어진 후 지난해 1억3677만배럴로 소폭 늘었다.
경유소비량 상승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 7월까지 국내 경유소비량은 8127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18만배럴보다 약 4% 증가했다. 경유소비량이 가장 적었던 2011년 1~7월 소비량 7462만배럴과 비교하면 9%가량 늘었다.
정유업계는 국내 경유소비량이 반등한 이유를 경유승용차 보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정부가 두 차례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휘발유 절반 수준이었던 경유의 세금을 휘발유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리면서 경유 가격도 비싸져 소비량이 줄기 시작했다. 경유차량 자체가 휘발유차량보다 비싼데다 세금이 올라 연료비마저 메리트가 없어지자 소비자가 경유차 선택을 꺼려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최근 들어 클린디젤엔진 기술 개발과 정유사의 경유품질 향상 등 노력으로 경유차가 높은 연비와 친환경적 장점 등을 갖춰 보급이 늘고, 경유 소비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 경유승용차는 2만9629대로 전년도 1만1578대와 비교해 2.6배 증가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신규 등록한 승용차 가운데 경유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늘어난 19만3953대를 기록했다.
정유업계는 수입 경유차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국내 제작사에서도 경유승용차를 잇따라 출시하는 등 경유차 보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경유 소비량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내 경유소비량 증대를 환영하고 있다. 정유사의 원유정제 과정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제품이 경유인데 국내 소비가 제한된 탓에 60% 이상 수출하고 있다. 수출을 하려면 저장, 통관, 물류비용 등을 지불해야 하는데 내수가 늘어나는 만큼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정유사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경유차가 갖고 있던 승차감, 환경성 등 단점을 모두 개선하고 높은 연비라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 현명한 소비자라면 경유차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경유차 보급 확대에 따라 경유소비량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