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는데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책은 의문부터 던진다.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자살률은 OECD 가입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사회 계층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낮은 출생률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돼 미래도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저자 정구현 KAIST 경영대학원 초빙교수는 지난 60년 간 한국의 성공요인을 돌아보면서 미래의 나아갈 방향의 실마리를 찾는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의 성공요인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가치관이 한국인 특유의 학습동기 및 과업몰입이라는 특성과 결합한 결과였다고 분석한다. 국민 모두 부지런하게 일하고 치열하게 공부하면 성공한다는 성과주의적 가치관을 믿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적 번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15년을 생각해 보면 이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향후 15년간 국내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환경 변화는 중국의 급부상, 인구의 고령화, 북한의 체제 불안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상황에서 경제 활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창조경제의 활성화, 서비스산업의 빅뱅, 국제화의 획기적 진전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장애요인도 동시에 존재한다.
저자는 지금 한국경제는 그간의 성공 속에 싹트기 시작한 나태함, 자신만을 위하는 이익집단의 고착화, 변화를 주도할 리더십의 부재 그리고 고비용구조라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한국경제의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15년을 준비해 나가야 할 일들은 무엇일까? 저자는 창조경제 시대에 적합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첫 손에 꼽는다. 시장기능은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최근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해 저자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낸다.
그는 “시장기능 강화로 인해 생기는 소득불균형은 조세와 사회복지로 완화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통일 시대를 준비하고 사회복지와 함께 재정건전화를 유지하는 문제에도 신경 써줄 것을 주문한다.
저자 정구현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장 출신이다. 이론과 현장을 고루 경험한 국내 정통 경제학자다. 연세대학교에서 25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영학과 인접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연구를 했다.
다만 이 책은 삶의 질의 측면에서 국민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면서도 문제의 해법은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경제민주화나 대기업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문제에서도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의 삶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느낌이다.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국민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다소의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투자해야할 부분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어 아쉽다.
정구현 지음. 청림출판 펴냄. 1만6000원.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