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열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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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제법 바람이 시원하다. 아직 한낮 햇볕은 뜨겁지만 견딜 만하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한동안 요란했던 에너지 경고등도 잠잠해졌다. `관심` `준비` 일색이었던 전력예보가 이번 주 들어서는 `정상` 수준이다.

이번 전력난에 정부는 사실상 비상체제였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절전을 읍소할 정도로 총력전을 펼쳤다.

국민과 기업은 협조적이었다. 공무원들은 아예 냉방기를 껐다. 언론도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정부를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한 번 더 참자`식의 기사가 주를 이뤘다.

어느 누구도 쉼 없이 달리는 `열국열차`의 엔진이 멈추는 것을 바라진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절전을 위해 노력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남궁민수(송강호)가 아예 열차를 전복시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 했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그저 정부 말을 믿고 엔진이 멈추지 않도록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지내야 했다.

그만큼 희생도 많았다. 아까운 국민 세금이 발전 보조금으로 들어갔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공무원들은 찜통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느라 생산성이 떨어졌다. 한국을 찾은 해외 정부 대표들은 손님에게도 에어컨을 켜주지 않는 우리 정부의 냉정함에 좋은 인상을 받진 않았을 터다.

기업은 절전 규제에 대응하느라 경영 외적인 면에 자원을 투입해야 했다.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산업부는 전력난 대응에 매달렸다.

어찌됐든 모두가 노력한 덕에 2013년 여름 열국열차는 멈추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겨울 과천정부청사에서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손을 녹이던 공무원들이 떠오른다. 그때는 올여름에는 괜찮겠지 했는데 결국 전력난은 되풀이됐다.

최근 전력난의 책임을 논할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 전력난을 막는 것은 윤 장관의 몫이다. 과연 언제쯤 전력난 없는 여름과 겨울을 맞을 수 있을까.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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