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산화물(옥사이드) TFT 기판 설비 투자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과 저전력 소형 패널의 기판으로 옥사이드를 채택했다. 향후 수요와 OLED 양산라인(M2) 가동 일정을 생각하면 지금 투자를 결정해야 하지만, 현재 시장과 영업이익률을 따지면 쉽사리 결정할 수 없어 고심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옥사이드 투자 여부를 다음 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변수가 많아 투자 결정 자체를 미룰 가능성도 높다.
LG디스플레이는 AM OLED TV 패널의 양산 라인 투자를 지난 2월 세계 처음 결정했다. 그러나 이 투자 계획에는 증착 공정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온전한 양산 라인을 위해서는 기판 투자도 필요하다.
M2 라인은 내년 상반기 가동 예정이며, 기판 투자를 별도로 진행하지 않으면 기존 파일럿 라인인 M1에서 기판을 생산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가 옥사이드 기판 투자 여부를 3분기 중 결정하기로 한 이유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올 초 LG전자가 OLED TV를 출시하고, 이어 삼성전자도 곡면 OLED TV를 내놓았으나 시장 반응은 아직 싸늘하다. 시장조사업체 유비산업리서치는 올해 국내 출하량이 1000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집계했다.
앞으로 해외 판매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출하량은 급증하겠지만, 내년까지는 크게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TV 시장이 얼어붙고 고속 성장하던 고사양 스마트폰 시장도 신장세가 꺾이고 있어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시름이 깊다. LG디스플레이 역시 투자 여부를 놓고 이익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그러나 옥사이드 기술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라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옥사이드 기판은 최신 기술인데다 실리콘과 달리 여러 원소(인듐·갈륨·아연산화물)가 섞여있는 특성 탓에 생산 안정화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스마트패드·노트북PC용 패널 등 모바일 제품에 저전력을 구현하기 위해 옥사이드 기판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옥사이드에 대한 내부의 수요가 높은 셈이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옥사이드 기판은 학계에서도 핫 이슈가 될 만큼 새로운 기술”이라며 “서둘러 투자해 테스트해야 한다는 시각과 채산성을 따져야 하는 입장 속에서 고민이 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