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년 역사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160년 역사의 지멘스. 지난 20세기 지구상의 제조업을 지배한 미국과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21세기 이들 기업은 제조업보다 소프트웨어(SW) 경쟁력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GE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산 라몬시에 4년간 10억달러(1조1500억원)를 투자해 글로벌 SW 연구소를 세우면서 SW기업으로 회자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유럽 최대의 엔지니어링 복합기업인 지멘스도 세계 자동차·반도체 공장 자동화 분야 정보기술(IT)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제조업은 안으로는 고용 없는 성장과 밖으로는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으로 경쟁우위를 지속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또 이러한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위해 SW와 제조업의 융합을 화두로 내세웠다. 제조 기업은 제조업 관련 SW 분야에서 밀리면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절박함도 제대로 인식했다. 조선·자동차·건설 등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분야에 특화한 SW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라는 것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 제조 기업이 투자시점에 이르면 이러한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제조 강국인 미국과 독일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강한 SW 분야에 더욱 집중 투자하면서 제조시스템에서 차지하는 SW의 비중을 늘려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반면에 이제 겨우 제조 강국의 면모를 갖춰가는 우리는 선진국 이상으로 SW 비중과 투자를 늘려야 함에도 아직 제조업 자체 부가가치를 위해 SW를 부속물 정도를 인식하는 제조 기업이 너무도 많다는 점이 아쉽다.
GE는 SW를 다양한 비즈니스와 연관 지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SW는 이미 새로운 수종산업이다. 우리 글로벌 제조 기업도 다양한 사업부가 있어 여러 비즈니스와 연관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우리가 다양한 제조 경쟁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SW와 제조업 융합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새로운 부가가치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선진 SW를 이용하기에도 너무 많은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전자가 생산 공정 자동화와 운영효율화를 위해 SAP의 전사자원관리(ERP)를 도입하면서 몇 년 동안 기업 내 많은 인력의 시간과 노력을 동원해 모듈화 작업을 거쳤고, ○○전자 ERP의 명성은 솔루션 회사인 SAP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다행히 최근 우리 제조 기업들도 SW 인재에 대한 역량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산업 전체 경쟁력을 강화가 곧 SW를 통한 혁신생태계를 창조하는 취지에 공감하면서 공공과 민간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바라건대 공공보다는 민간 제조 대기업의 SW 중소기업 투자가 더욱 활발하기를 바란다. 정부의 투자(seed money)도 중요하지만 민간분야에서 제조기업과 SW를 융합하는 길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제조 기업이 SW에 투자하는 방안으로 벤처기업 분사나 창업을 권장한다. 제조기업의 지식(DOMAIN KNOWLEDGE)이 벤처기업의 SW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제조업 기반의 SW혁명이다.
2020년 어느 날 개도국 제조 기업들이 GE나 지멘스가 아닌 우리 제조 기업에 끊임없이 시스템 구축 문의를 하고 SW만으로도 나라 전체가 부유해지는 날을 기대한다.
강현구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자문서사업단장 hkkang@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