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질만 바꿨을 뿐인데…정전·안전사고 위험 급감

#1 지난달 16일 새벽 한국거래소 전산실과 연결된 계기용 변압·변류기(MOF)의 자기 재질 애자(부싱)가 파손되면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미국 CME(시카고상업거래소) 연계 코스피200지수선물 야간거래 시스템이 중단, 8000억원이 넘는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

#2 지난 3월 13일 새벽, 서울 노량진 본동의 한 전봇대에서 전선을 지지하는 애자가 깨져 이 일대 300여 가구에 전력공급이 30여 분간 중단됐다.

전봇대와 전선을 연결하는 애자의 고장이나 파손으로 인한 정전 및 안전사고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애자가 깨지기 쉬운 도자기 재질에서 폴리머로 100% 전환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배전부문에서 사용하는 애자를 기존 자기 재질에서 폴리머로 완전 대체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최근 3년간 연간 특고압(22.9㎸) 부문 애자 구입현황을 봐도 폴리머가 130만개로 86%에 이른다. 지난 1월 기준 폴리머 애자 설치 개수가 약 958만9000개로 전체 설치 개수 중 30%가량을 차지한다.

한전의 이 같은 방침은 폴리머의 특성과 국내 생산 축소에 따른 것이다.

폴리머는 특성상 가볍고 깨지지 않아 애자 파손에 따른 정전 및 전기안전 사고 위험이 적다. 자기 재질 애자는 절연 성능이나 내열성이 우수하지만 낙뢰나 자연열화로 인한 파손이 폴리머 애자에 비해 잦은 편이다. 2005년 이후 폴리머 애자 교체 건수가 늘어나면서 애자의 고장이나 파손 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한전 측은 설명했다.

폴리머 애자는 가격도 자기 애자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인건비가 많이 드는 자기 애자에 비해 자동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폴리머 애자로 사업을 전환, 공급량도 부족하다. 실제로 한전에 자기 애자 제조업체로 등록된 곳은 고려애자가 유일하다. 고려애자도 현재 전봇대에 세로로 설치하는 LP애자의 생산은 이미 접었고 현재 재고물량으로 충당하고 있다. 고려애자마저 자기 애자 생산을 중단하면 자연스럽게 폴리머 애자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경제성과 수급 안전성을 고려해 폴리머 애자로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초고압인 송전선로에는 신뢰성 검토가 부족해 제한적으로 폴리머 애자를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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