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은 전체 수출의 50% 가까이를 차지하면서도 정책 지원에서는 늘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산업 특성상 핵심 기술 개발 이후에도 시제품 생산과 양산라인 도입 등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최근 창업과 신성장산업으로 투자가 몰리면서 정책 금융의 수혜를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관련 제도를 가다듬어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품소재전문투자조합은 2002년 출범 이후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발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형국이다. 신규 결성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금융투자 업계의 관심도 낮다.
투자조합 자체가 지닌 순기능은 유효하다는 평이다. 대표적인 제조업으로 꼽히는 부품소재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존재 이유다.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도 양산과 마케팅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부품소재기업에 외부 자금 수혈은 가뭄의 단 비와도 같다. 어느 산업보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품소재산업 특성 때문이라도 전문 투자조합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산업부도 이같은 판단에 따라 전문 투자라는 부품소재투자조합의 기능은 살리되 다른 창업·벤처투자조합과 차별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초기 창업 및 벤처기업에 집중되는 여타 펀드와 달리 부품소재 분야에서 역량과 경험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차별화하는 식이다.
투자 업계에 부품소재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신규 투자를 유도하는 확산 기능 강화도 요구된다. 현재 정부의 부품소재투자조합 제도 운영은 투자자가 조합을 결성해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형태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 홍보를 통해 다양한 결성 주체가 투자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끊긴 정부 지원예산(산업기반기금)을 되살리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수요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활성화 방안으로 꼽힌다. 부품소재투자조합의 특징 중 하나는 금융투자사뿐 아니라 수요 대기업도 결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부품소재 분야 대기업이 조합을 결성해 투자하면 협력사 경쟁력을 높여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상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의훈 카이스트 교수는 “부품소재 투자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시장도 어느 정도 조성돼 있어 안정적인 편”이라며 “부품소재 분야 투자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