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그로스 급상승 우려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 혁신으로 불리는 `3차원(3D) 낸드 플래시` 상용화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3D 낸드는 기존 2차원 제품보다 성능·수명·저전력 등에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비트 그로스를 급격히 끌어올려 공급과잉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년과 달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회사의 내년 낸드 수급 전망치도 크게 엇갈려 시장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시바의 내년 낸드 비트 그로스 전망치가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내년 비트 그로스를 50% 이상 수준으로 전망한 반면에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40% 초반대로 내다본다.
반도체 회사들은 낸드 플래시·D램 등 메모리의 비트 그로스를 설정한 후 그에 맞춰 사업 전략을 짠다. 치킨게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지난 2011년부터 세 회사의 낸드 전망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3D 낸드 상용화 계획을 내놓으면서 변수가 커졌다.
3D 낸드는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적층해 2차원(평면) 구조보다 집적도를 높인 기술이다. 셀 간 전기적 간섭이 줄어 쓰기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고, 수명 및 전력 효율성도 뛰어나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3D 낸드 샘플 생산과 고객 품질 인증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올해 안에 상업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6라인에서 3D 낸드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 초 중국 시안 팹에서 본격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24층 수준인 메모리셀을 향후 32층으로 늘리고, 미세공정도 30나노에서 20나노대로 높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낸드 공급량은 더욱 늘어난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도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3D 낸드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전문 한 애널리스트는 “3D 낸드 상용화를 계기로 반도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며 “메모리는 수급이 2%만 움직여도 가격은 20% 이상 흔들릴 수 있는 만큼 3D 낸드는 향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3D 낸드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시바 등 낸드 생산 업체 간 기술이 모두 달라 개발 효율성이 떨어지고 양산 검증 시간도 꽤 걸릴 것이란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만약 3D 낸드 양산 검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도시바가 2009년 트리플 레벨 셀(TLC) 낸드를 개발했지만 상업화하는 데 2년 이상 걸린 것을 감안하면 3D 낸드가 시장 변수로 작용하려면 2015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 그로스(Bit Growth)
메모리 반도체의 전체 성장률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해 계산하는 개념이다. 출하량 개수 기준으로 따질 때 생길 수 있는 성장률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