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과 더불어 사물인터넷(IoT) 확산의 걸림돌인 `초저전력`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테크월드는 워싱턴대학 연구진이 배터리나 유선 전력공급 없이도 통신을 할 수 있는 무선통신 기술인 `주변환경 후방산란(ambient backscatter)`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주변에 있는 TV나 라디오, 모바일 기기 등 디지털 장비에서 나오는 라디오 주파수 신호를 흡수, 반사해 전력 공급 없이도 장비 간 통신을 가능케 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연구진은 TV 신호를 감지하고 다시 신호를 내보낼 수 있는 안테나가 달린 작은 장비를 제작해 이를 입증했다.
회로판 모양, 카드 크기의 이 장비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다양한 라디오 주파수 신호를 감지하고 이를 수천 마이크로와트의 전력으로 변환한다. 이 전력을 활용해 장비 간 통신을 할 수 있는 모스 코드 신호를 생성하고 전송한다.
연구진은 시애틀의 아파트 내부와 길거리, 주차장 꼭대기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실시했다. 각 장비 간 거리는 수 피트(1피트=약 0.3m)로 뒀다. TV 타워에서 0.5마일부터 6.5마일 떨어진 곳까지 여러 거리에서 성능을 시험했다. 그 결과 TV 타워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장비 간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수신 장비는 발신 장비가 보낸 신호를 초당 1킬로비트 비율로 수신했다. 센서가 신호를 읽고 이를 전송하기에는 충분한 속도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주변환경 후방산란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센서는 어떤 구조물에서도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적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교각의 콘크리트나 철근 상태를 모니터해 균열이 발생할 경우 경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웨어러블 컴퓨팅 장비에서 간단한 텍스트 메시지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데도 쓰일 수 있다. 연구진은 휴대폰 수명이 다하면 주변 신호에서 전력을 생성해 메시지를 전송하도록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샴 골라코타 워싱턴대학 컴퓨터과학과 조교수는 “주변환경 후방산란 기술은 이미 주변에 있는 무선 신호를 전력 공급과 무선통신 매개체로 재활용하는 획기적 기술”이라며 “웨어러블 컴퓨팅과 스마트폰, 센서 네트워크 등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비 성능과 감지 가능 거리를 늘리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저전력은 사물인터넷 업계 최대 화두다. 3G나 롱텀 애벌루션 모뎀이 적잖은 전력을 잡아먹는다. 관련 업체들이 데이터 전송에 제약이 많지만 에너지는 적게 소비하는 블루투스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한 사물인터넷 전문가는 “수동형 전자태그(RFID) 처럼 기존에도 주변 라디오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술은 있었지만 주변환경 후방산란 기술은 더 진보된 기술”이라며 “하지만 안테나 크기 축소를 비롯해 상용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