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부처 TBT 대응체계 구축 시급
미국·EU가 화학물질 관리, 휴대폰 전자파 등급제 등 국내 기술규제에 갈수록 강도 높은 제동을 걸면서 대한국 무역기술장벽(TBT)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우리 주요 수출품목을 겨냥한 해외 국가의 기술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한국에 대한 사전 견제도 심해지면서 범부처 차원의 TBT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해졌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세계무역기구(WTO) TBT위원회에 총 80개 안건이 특정무역현안(STC)으로 제기된 가운데 16%에 달하는 13건이 한국 관련 사안으로 파악됐다. 해외 국가가 우리 기술규제를 STC로 제기한 것은 6건, 반대 예는 7건이었다.
STC는 WTO 회원국이 국가 간 무역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는 기술규제를 만든 정부에 상호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대한국 STC는 2010년까지 한 해 2~4건 수준이었지만 이후 7~8건으로 늘어났다.
미국과 EU는 지난 3월과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13년 1·2차 TBT위원회에서 한국의 `박막태양전지모듈 시험 및 인정` 규제를 잇달아 현안으로 제기했다. 국내 시험기관이 수행한 연구에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국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도 기업 부담 가중과 정보 유출을 이유로 2차 위원회 STC에 올렸다.
회원국 간 협력을 전제로 하는 TBT위원회의 속성상 같은 사안이 반복 제기되면 해당 국가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자칫 국제협력에 소홀한 국가로 비쳐지면 불합리한 해외 기술장벽으로 피해를 겪더라도 대응이 힘들다.
미국과 EU는 1차 회의에서 국내 휴대폰 전자파 등급제를 신규 현안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제품 차별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국산에 비해 전자파 발생량이 높은 자국 제품 피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이 제기하는 STC도 증가 추세다. 우리 주요 수출품목과 관련된 해외 기술규제가 강화된 탓이다. 우리 정부는 상반기 TBT위원회에서 △LED 램프 에코디자인, 불소화 온실가스 규제(상대국가 EU) △전자 및 정보기술제품 규제(인도) 등을 STC로 올려 대응했다.
우리로서는 갈수록 거세지는 기술규제의 무역장벽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WTO 회원국이 자국 신규 기술규제를 전하는 TBT 통보문은 지난해 1550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800건에 달한다.
글로벌 기술규제 전쟁이 격화됐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체계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지난 2008년 TBT중앙사무국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여러 부처와 기관으로 대응 창구가 분산돼 통합관리가 불가능하다. 선제 대응은 고사하고 현안 파악과 처리조차도 버거운 실정이다.
강병구 TBT전략포럼 위원장(고려대 교수)은 “WTO 회원국 가운데 우리처럼 국제 기술규제 대응 창구가 분산된 나라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며 “분야별 기술규제 권한은 각 부처가 유지하더라도 해외 기술규제 대응은 단일화된 통합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TO TBT 통보문 추이 (단위:건)
WTO TBT위원회 특정무역현안 추이 (단위:건)
자료:TBT중앙사무국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