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재난망 왜 자꾸 끊기나?..."논란 피해갈 수 있어"

재난망 구축 왜 자꾸 늦춰지나

Photo Image

국가재난안전통신망 프로젝트가 또 연기될 전망이다. 10년을 끌어온 재난망 구축 사업이 왜 자꾸 표류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사업에 여러 시빗거리가 걸쳐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성과 기술독점 논란이다. 게다가 이번 계획에는 `국산 기술` 와이브로가 기술 후보군에 포함되며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부담까지 더했다. 외산 기득권과 국산 기술 진입론이 충돌한 것이다.

재난망 사업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이래 여러 번 고비를 맞았다.

첫 번째는 2008년 감사원 `예산낭비` 지적이었다. 감사원 발표가 나자 정부는 타당성 조사를 다시 진행했고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이 나며 사업 추진이 좌절됐다. 당시 서울·경기 지역은 이미 시범사업이 시작된 후였다.

당시 재난망 기술로 선정된 `테트라(TETRA, 디지털 TRS)`의 기술종속(독점) 논란이 큰 걸림돌이었다.

사업 일부분인 교환기에서 공급사(모토로라, 캐시디안, 텔트로닉)간 호환이 불가능해 가장 강력한 사업자인 모토로라에 특혜가 예상되고 경제성 담보도 힘들다는 것이었다.

2010년 사업 재추진이 시작된 이후에는 자가망과 상용망 대립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테트라 진영은 국가 주요 재난 관련기관이 이용한다는 망 특성상 자가망 구축이 옳다는 입장이다. 반면 아이덴을 비롯한 일부 사업자들은 경제성 확보를 위해 상용망 이용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결국 정부는 2011년 1차 연구용역을 실시한데 이어 2012년 2차 용역까지 발주하며 자가망과 상용망 타당성 검증을 진행하고 `테트라+상용망` `와이브로+상용망`이라는 두 가지 안으로 기술 후보를 좁혔다.

후보가 좁혀진 이후에는 `와이브로 들러리` 론이 고개를 들었다. 세계적으로 마이너군으로 전락한 와이브로를 선택해 테트라가 최종기술 방식으로 선정될 수밖에 없는 배경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잡음이 워낙 많았던 사업이라 타당성 결과를 내놓기 전에 논란을 피하기 위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도 사업이 늦춰지는 원인 중 하나”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얼마든지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트라의 경우 재난망 예산 70%를 차지하는 단말기와 기지국, 중계기는 이미 다른 공급사끼리 연동이 가능하다”며 “25%인 교환기 정도만 완벽한 연동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환기 역시 필수기능으로 목표를 좁히면 연동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0년대 중반 재난망 사업에 참여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테트라 기술은 그룹통화, 일제지령 등 재난관련 필수기능은 물론 권역별 공급사가 달라도 사설교환기(PABX)를 통하면 개별 통화도 어렵지 않다”며 “데이터 전송은 롱텀에벌루션(LTE)나 와이브로 같은 인터넷프로토콜(IP)망이면 상호연동이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교환 조건 등이 명시된 기본 구축 안만 주고 기관이나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기술 방식을 선택하게 해도 진행에 큰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1차 사업이 중단된 2009년 이후 이런 안들이 제시됐지만 폐기됐다”고 덧붙였다.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협의해 와이브로를 시분할방식 롱텀에벌루션(LTE-TDD) 방식으로 변경하면 국내 업체들이 사업 뛰어들 수 있어 시빗거리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신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중계기, 기지국 등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중소기업이 폭 넓은 기술을 확보했다”며 “재난망 사업에서 와이브로 기술을 LTE-TDD 전환한다면 TDD 도입을 앞당기는 산업적 효과와 재난망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선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