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LED 조명시대 온다-LED 공급망 풀가동 체제 돌입

개화하는 LED조명 시장

지난 2009~2010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칩·패키지 업계가 대대적인 증산 투자에 돌입했다. 당시 LCD TV의 광원으로 쓰이는 백라이트유닛(BLU)이 냉음극형광램프(CCFL)에서 LED로 바뀌면서 폭발적인 수요가 일었다. 조명 시장 역시 LED를 광원으로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LED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이후 중국의 LED 투자가 공급 과잉을 유발하고 마침내 TV 시장까지 침체를 겪으면서 LED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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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LED 시장이 올해 초부터 갑자기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LED 시장이 본격 개화한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호재는 많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저전력 조명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존 조명에 비해 평균 전력 소모량을 5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LED 조명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각국이 정책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원가 절감 노력에 따른 가격 하락도 시장 활성화의 동인이다. 기존 조명과 비슷한 가격이라면 수명이 길고 절전 효과가 있는 LED 조명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LCD TV BLU 수요가 변수이긴 하지만 조명 시장 개화 속도가 빠르면 상쇄 효과를 낼 수 있다. 공급망도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시장 개화 시점에 선점 효과를 노리려는 제 2의 LED 붐이 일 조짐이다.

◇LED 공급망 연쇄 반응

LED 시장이 꿈틀대는 진원지는 패키지 업계다. 지난 3월 업계에서는 LED 패키지 품귀 현상이 일었다. 중소 조명 업체들이 LED 패키지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2년만에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국내외 LED 패키지 업체들이 모두 가동률을 높여 풀가동에 돌입했다.

이후 후방 산업에도 파급 효과가 나타났다. 하반기 들어 2·4인치 사파이어 잉곳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2인치 잉곳은 올해 초까지 2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5월 즈음부터 1mm당 3달러를 넘어섰다. 지금은 3달러50센트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10년 30달러대보다는 크게 떨어졌지만 업계는 4달러 이상으로 회복되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비 투자 소식도 들린다. 서울반도체 자회사인 서울옵토디바이스는 최근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를 증설하기로 했다. 일진LED도 금호전기 계열 LED 칩 회사 더리즈를 인수하고 MOCVD 추가 구축에 나섰다. MOCVD 업계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대규모 증설 계획은 없지만 내년 초부터 장비 구매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파이어 잉곳 성장(그로잉) 장비 시장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DK아즈텍, SSLM 등이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OCVD 공정 핵심 소재인 전구체 시장도 급성장이 예고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오는 2016년까지 이 시장이 114% 신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광학 효율을 높이기 위해 쓰이는 트리메틸갈륨(TMGa) 시장 1위 생산 업체 다우케미칼은 전자재료사업부문 본사 기능을 아예 한국으로 이전하고 전구체의 약 80% 수요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 접점에 있는 조명 업체들도 LED 조명 판매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필립스는 조명 전체 매출액 중 LED 조명 비중이 지난 연말 기준 25%로 증가했다. 오는 2015년까지 LED 조명 매출 비중을 4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미국 크리는 지난해 LED 조명 매출만 109% 성장했다. 시장 선점을 위해 가격을 적극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도 수요를 촉진시키고 있다.

◇각국 LED 정책이 수요 유발

시장조사 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전세계 LED 시장은 오는 2018년 17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일반 조명용 LED 매출액이 시장 전체 중 5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일본과 미국, EU가 LED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 LED 조명 보급률이 전체 조명 시장의 38%를 넘었다. 오는 2020년에는 6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에코포인트 플러스`라는 보조금을 준 덕택이다. 미국은 백열등을 고효율 에너지전구로 대체하는 `EISA 2007`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중순부터 LED 조명을 구입하면 구입가의 절반가량인 5~20달러를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EU는 오는 2015년부터 고압수은램프(수은등)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시켰다. 한국 업체들은 지난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LED 조명 관세가 철폐돼 필립스·오스람 등 역내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부터 백열등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시키면서 국내에서도 백열등 대체형 LED 조명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하락세 가속

LED 조명 시장의 걸림돌이었던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광량 기준 킬로루멘(klm) 당 LED 패키지 가격은 302달러였다. 지난해에는 5달러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조명 가격도 저렴해졌다. 최근 필립스는 국내 오픈마켓에 5000원대 백열등 대체형 LED 전구를 선보였다.

LED 공장등 가격도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LED보급협회의 공장등 교체 사업에 공급되는 100W급 공장등은 가격이 30만원대 이하다. 사업 시작 이후 공장등 가격은 더 떨어졌다. 대리점 공급 가격이 15만~20만원 안팎으로 떨어져 더 가격을 낮출 여지도 있다. 지난달 출범한 `경기창조 LED발전소 컨소시엄`은 100W급 LED 조명 가격을 16만원 미만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80만~90만원을 호가하던 것을 고려해보면 가격 하락 속도가 빠르다.

기술 개발과 증산에 따른 부품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최근 일본·유럽을 중심으로 업계는 웨이퍼 구경을 늘려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6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 업체는 LG이노텍이 유일했지만 최근 샤프, 도요타고세이, 필립스(루미레즈), 오스람(오스람옵토세미컨덕터) 등이 6인치 MOCVD 장비 발주를 속속 냈다. LED 칩 1위 업체 일본 니치아는 올해 500억엔을 투자해 생산량을 늘린다. 투자가 완료되는 오는 2015년에는 칩 생산량이 1000억개로 늘어난다.

삼성전자·LG이노텍 등 국내 업체를 중심으로 8인치 실리콘웨이퍼 기반 LED 칩 개발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6인치 실리콘 웨이퍼 가격이 사파이어 웨이퍼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고, 8인치 대구경화가 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생산성도 약 2.5배 높아져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제품 개발이 완료돼 양산 테스트 단계”라고 전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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