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세금폭탄 논란을 촉발한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중산층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안이 보완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서민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 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서둘러 세금 논란 파장 진화에 나선 것은 `세금폭탄` 논란을 빚는 세제개편안 후폭풍을 방치했다가는 하반기 정국 운영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총소득 3450만~7000만원 구간 봉급생활자에게 16만원의 세 부담을 더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3450만~5500만원 구간은 중산층이라는 측면에서 사실상 중산층 증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개편안은 아직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 있고 상임위에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당과 국회와 적극 협의하고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세제 개편안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많은 지적에도 고쳐지지 않았던 우리 세제의 비정상적 부분을 정상화하려고 했다”며 “특히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해 과세 형평성을 높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근로장려세제 확대와 자녀장려세제 도입으로 일을 하면서도 어려운 분에 대한 소득지원을 강화했다”며 “세제개편안은 저소득층은 세금이 줄고 고소득층은 세 부담이 상당히 늘어나는 등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취지에도 개정안에 오해가 있거나 국민에게 좀 더 상세히 설명드릴 필요가 있는 사안은 정부가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 후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저녁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세 부담 증가와 관련해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특히 서민과 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법개정안 전반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어 “아울러 서민과 중산층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교육과 의료, 보육에 정부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당정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보다 합리적인 세법개정안을 마련해 이른 시일 내에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