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이 어질러져 있어야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란다`는 기막힌 주장을 하는 세 아이의 엄마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세 아이가 모두 서울대에 들어가면서 그녀는 `자식농사 잘 한 성공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바로 가수 이적의 어머니, 여성학자 박혜란의 육아 이야기입니다.
취업주부 4년, 전업주부 10년, 파트타임 주부 30년, 명랑할머니 7년 경력의 여성학자. 조금은 특이한 소개만큼이나 저자 박혜란은 남다른 엄마인 듯 합니다. 동네에 소문이 날 정도로 집을 치우지 않는 사람인데다가,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총 싸움을 하는 엄마였다니, 이런 상황에서 세 아이를 모두 훌륭하게 키운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저자는 부모들의 할 일이란 그저 아이들이 갖고 태어난 특유의 빛깔을 더욱 곱고 선명하게 살려 내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를 키울 생각을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키우며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요.
첫째는 명문대 졸업 후 교수, 둘째는 실력파 뮤지션, 셋째는 방송국 PD. 세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낸 저자의 육아일기에는 어떤 비밀스런 법칙이나 십계명 같은 것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부모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 같은 선언이나 충고 대신, 이 세상 모든 아이는 부모보다 아름답고 튼튼한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을 믿고 부모가 어설프게 아이의 인생을 설계하겠다고 나서지만 않으면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라는 존재임을 알려줄 뿐입니다.
더불어 저자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느꼈던 고민을 덤덤하게 털어놓고, 전력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고 난 뒤의 부모세대를 위한 작은 당부도 함께 적어두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엄마`라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엄마가 흔들림 없이 자녀들을 믿고 지켜보았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자립심과 독립심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임을 독자들은 알게 됩니다.
혹시 수많은 육아서적에 적힌 그대로 내 아이에게 해주지 못해 `부족한 엄마`라는 미안함을 가지고 있거나 `좋은 부모`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며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육아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믿는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지음. 나무를 심는 사람들 펴냄. 8960원.
제공: 리디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