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해외전력시장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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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도 어김없이 수급불안으로 인한 블랙아웃의 위험성과 에너지절약이 화두다. 현 시점의 에너지 위기는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 일부 원전 정지, 밀양 송전탑 갈등, 낮은 전기요금 등 산업과 사회, 정치적인 요소가 복합된 구조적 문제다.

전력산업은 비가역성으로 인해 변화를 시도하면 문제가 발생해도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경제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전력산업을 논하기 전에 해외 각국의 전력산업구조를 면밀히 살펴보고 교훈을 얻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전자신문이 프랑스, 영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미국 6개국 해외 전력시장을 돌아보고 각국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연재한 것은 이런 면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 취재한 6개국 모두 1990년대 이후 구조개편을 통해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도입한 이유와 목적은 나라별 사정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명분은 경쟁을 통한 효율 향상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려는 것이었다. 경쟁 도입으로 자연스럽게 가격 인하와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가 될 것이라는 게 구조개편을 시도한 국가들의 이론적인 희망이었다.

취재 대상이 된 6개국은 다양한 요금제의 등장과 소비자 선택권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현명한 소비자는 자신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해 전기요금을 절감토록 계획됐다.

하지만 경쟁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대다수 국가가 경쟁 도입과 민영화로 초기 거뒀던 요금인하 효과를 현재는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도매가격 인상이 주 원인으로, 전력회사 간 경쟁심화가 불공정 영업을 유발하고 발생비용을 소비자에게 여과 없이 전가하는 등의 이유도 있다.

실제 영국은 SSE에 부당영업행위로 벌금을 부과했고, 미국과 호주는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해 당국이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또 향후 발생할 노후 발전설비 대체와 신규투자 재원 마련,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비용 등이 앞으로 큰 폭으로 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력회사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장조작 현상은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프랑스는 약간 특별하다. 높은 비율의 원전과 수력의 전원 구성도 전기요금의 생산원가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에너지 안보 유지가 정책의 큰 축을 이루는 프랑스는 점진적으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6개국은 다양한 구조개편의 원인만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력산업의 경쟁을 진행해왔다. 경쟁을 얼마나 활성화할 건지,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며 규제가 얼마만큼 필요한지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경쟁 도입으로 올바른 전력산업 구조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효시가 되었던 영국도 20여년이 지난 지금, 부작용 완화와 공공성 강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는 구조개편을 중단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기도 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07년 중단되었던 판매시장의 완전경쟁을 시도하고 있다.

6개국 취재는 앞으로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올바르게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줌과 동시에 확실한 메시지를 하나 남기고 있다. 전력산업은 모든 국가가 자신의 여건에 맞는 구조를 갖춰야 하고 이를 추진함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구조적으로 계통이 고립되고 예비율이 낮은 우리나라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 해외 각국의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성공과 실패를 교훈삼아 우리 여건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송관식 한국전력공사 그룹전략팀장 songgwan@kep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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