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디스플레이 신기술 주도권 전쟁…시장을 달군 산화물 TFT

디스플레이 신기술 주도권 전쟁

디스플레이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평판 디스플레이가 등장한 이후 많은 변화가 일었고 지금도 여전히 발전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의 틀을 뒤흔들 정도에는 못 미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디스플레이 시장은 호황이라는 단어가 옛말이 되고 공급과잉에 허덕이는 모습으로 전락했다.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바뀌었을 때나, 브라운관을 평판 디스플레이가 대체해갈 때 정도의 충격이 없다면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저변에 깔리기 시작했다.

[이슈분석]디스플레이 신기술 주도권 전쟁…시장을 달군 산화물 T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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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신기술 전쟁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첫 발인 셈이다. 그 바람의 중심에는 산화물 반도체 즉, 옥사이드(Oxide)가 있다.

지난 20여년 간 LCD는 밝기·크기와 시야각 등의 기능이 향상 되면서 발전을 거듭했지만 기본 골격은 유지됐다. 실리콘을 사용한 박막트랜지스터(TFT)와 액정, 별도의 광원이라는 기본 구조와 소재가 그렇다. 그 중에서도 각 화소(픽셀)마다 색이 달라질 수 있도록 조정하는 TFT에는 실리콘이 사용됐다. 공정이 비교적 간단하면서 안정적이어서 수율이 좋았다. 실리콘 소재를 20여년간 사용하며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 정도의 경지에 이르다보니,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한계를 극복할 방법으로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섰다. 그 대안이 바로 옥사이드다. 옥사이드는 이 실리콘을 대체하는 소재이면서,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실리콘과 비슷한 공정을 사용하면서도 성능은 탁월해 디스플레이 업체라면 너도나도 옥사이드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수조원 대에 달하는 적자에 허덕였던 샤프를 수렁에서 구해낸 것도 옥사이드다. 샤프는 세계 최초로 옥사이드 TFT를 상용화함으로써, 그나마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옥사이드는 상용화된 지 이제 1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도 몇 년 되지 않는다. 분명 실리콘보다 강점은 많지만 이제 상용화 초기 단계여서 아직도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다. 업계나 학계 모두가 옥사이드에 관심을 갖고 연구물을 쏟아내는 이유다.

◇옥사이드는 무엇

다양한 종류의 옥사이드가 있지만, 그나마 가장 성능이 입증된 것은 In(인듐)·Ga(갈륨)·Zn(아연)으로 구성된 산화물(O:산소)이다. 샤프가 이를 처음 상용화하며 IGZO라 불러, 업계에서는 옥사이드를 일명 이그조라 부르기도 한다.

옥사이드가 대안으로 등장한 것은 비정질실리콘(a-Si)의 전자 이동성 한계 때문이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a-Si 이동도는 제자리 걸음이다. 입자가 뒤엉켜 있어 전자가 빨리 움직일 수 없다. 이 때문에 10여년 전만해도 a-Si TFT로는 초고선명(UHD) 해상도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여러 기술로 이를 극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3840×2160 해상도의 UHD보다 4배 좋은 8K·4K(7680×4320)는 a-Si로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CD보다 트랜지스터가 더 많이 필요한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역시 a-Si로는 구현하기 어렵다. 상용화된 AM OLED 패널에는 실리콘을 레이저 등의 기술로 결정화한 저온폴리실리콘(LTPS)이나 옥사이드가 사용됐다. 옥사이드는 전자이동도가 a-Si에 비해 20~50배가 높아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하다. 전자 이동도가 높은 만큼 TFT 회로를 작게 만들어도 충분히 a-Si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다.

전자 이동도가 높다는 장점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TFT 회로 소형화와 배선의 미세화는 그 자체가 화소 개구율 향상과 직결된다. 빛을 가리고 있는 TFT가 작을수록 디스플레이를 통과하는 빛의 양이 많아진다. 저전력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내기 쉬운 비결이다.

또 옥사이드는 오프(Off) 저항이 크다. 전류 공급을 중단해도 일정 시간은 전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위 유지가 가능한 시간에는 구동 전압을 꺼도 표시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그만큼 소비 전력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누수 전류도 적다.

이와 함께 터치 감도를 높이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다. 디스플레이 화소를 구동하는 TFT 회로에서는 통상 미량의 전자기적 노이즈가 발생한다. 일반 디스플레이는 문제가 없지만 인셀과 같은 일체형 터치스크린패널(TSP)에서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노이즈는 섬세한 감도로 터치 위치를 파악하거나 미약한 전기신호 영역의 필압을 검지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옥사이드 TFT는 전류 휴지 구동이 가능해 화소를 구동할 때는 터치 패널의 동작을 멈추고, 화소 구동을 휴지시킬 때 터치 패널을 가동시킬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노이즈 영향이 적은 액정 일체형 TSP를 만들 수 있다.

기존 a-Si과 TFT 공정이 유사해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가장 큰 매력이다. 옥사이드 스퍼터링 등 일부 장비가 다르지만 대부분 a-Si와 공정이 비슷해 투자 부담이 적다. 다결정실리콘(폴리실리콘)은 전자 이동도가 옥사이드보다 더 높아 고해상도 구현에서는 훨씬 유리하지만, 사용해야 할 마스크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공정도 더 복잡하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옥사이드는 실리콘 등 단원소 반도체와 비교하면 개별 산화물이 불안정한 상태다. 안정적인 특성이 나와야 수율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박막의 두께에 따라 스레시홀드(threshhold) 값이 달라지는 문제도 있다. 전류가 달라지면 휘도의 불균일 문제가 생긴다. 균일한 두께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샤프가 지난해 상용화하긴 했지만, 품질 문제를 겪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석준형 한양대학교 교수는 “지난 5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옥사이드 기술 관련 논문이 대다수였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며 “하지만 그만큼 균일한 성능을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연구도 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도 나도 옥사이드 개발, 또 투자

샤프가 IGZO 패널을 시장에 내놓은 이후 옥사이드 TFT를 장착한 패널들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샤프는 애플 아이패드에 처음 IGZO를 적용한 뒤 그 범위를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이패드용으로 공급한 데 이어 자사의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 IGZO 패널을 사용했다. 올해 들어서는 자사 제품에 풀 HD 수준의 해상도로 업그레이드된 IGZO 패널을 탑재했으며, 모니터와 노트북PC에도 확대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에 공급할 최신 노트북PC용 패널도 IGZO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AM OLED 패널도 IGZO 방식을 적용해 개발 중이다.

옥사이드 TFT로 세계 첫 OLED TV를 상용화한 LG디스플레이도 적용 범위를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노트북PC용 패널 등에 단계적으로 옥사이드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스마트폰도 a-Si와 옥사이드, LTPS 시장을 각각 구분해 공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초 소니와 파나소닉이 공개한 56인치 AM OLED TV가 채택한 기판도 옥사이드다. 최근 대만 AUO는 옥사이드 TFT를 이용한 65인치 AM OLED TV 패널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애플도 아이패드 뿐 아니라 맥북에도 전력 소모를 낮추기 위해 옥사이드를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에서도 옥사이드 기술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허페이에 두 번째 8세대(2200×2500㎜)라인 B6를 구축 중이다. 이곳에 세계 최초로 전 라인에 걸쳐 옥사이드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CEC판다는 샤프와 제휴해 중국에 합작 회사를 설립한다. CEC판다가 자금을 출자하고 샤프가 IGZO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이 회사는 이르면 2015년부터 LCD 패널 공동생산에 착수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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