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급 태양광 모듈 A급으로 둔갑해 유통

저급 태양광 모듈이 고효율 제품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자부담 가정용 시장으로 점차 유통량이 늘면서 소비자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태양광 모듈 제조사가 중국산 저급 태양광 모듈을 자사 제품으로 둔갑시켜 시장에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인증 받은 고효율 자사제품으로 영업을 한 뒤 정작 제품을 판매·공급할 때는 저급 자사제품으로 둔갑시키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모듈가격은 와트(W)당 750~820원선이지만 중국산 저급 제품은 현재 W당 최저 400원대 후반에 들여오고 있어 불법 차익이 절반을 넘어선다.

에너지관리공단 추산 자부담 태양광 설비 설치 가구는 5000여가구다. 한 가구당 최소 3㎾를 설치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15㎿ 이상, 금액으로는 3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저급 제품은 발전효율이 낮고 백화현상 등 고장 발생률이 높아 화재나 전력 배전계통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일부 모듈 제조사의 이러한 불법행위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특히 소비자가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는 자부담 가정용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물량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모듈 제조기업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몇몇 기업이 이미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관계자가 공공연한 사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법·제도로는 저급 제품 유통을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사업은 정부 보조금으로 진행되는 사업과 소비자가 사업비 전부를 부담하는 사업으로 구분된다. 정부 보조금사업은 공인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와 에너지관리공단이 발행하는 신재생에너지설비인증서를 취득한 태양광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반면에 자부담사업은 시험성적서나 인증이 없는 제품을 사용해도 사실상 문제가 없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보조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기준에 따라 제품 관리감독이 이뤄지지만 자부담 시장은 관리를 벗어나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면서 “소비자가 태양광 모듈 제조사와 발전량 등에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저급 제품을 사용해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모든 태양광 보급사업에 인증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거나 최저 효율을 설정하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국내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태양광 제품 품질향상과 유통질서 확립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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