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PL법 개정 논의에 부쳐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PL사고 원인규명, PL사고사례 연구검토 등을 위해 한국PL상담센터협의회를 설립해 운용한 지도 2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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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법의 시행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안전한 제품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예방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또 제품 사용 중에 발생한 사고를 신속하고 효율성 있게 보상 처리해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건전한 국민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PL법은 제품의 안전성, 내구성이라는 측면과 피해자의 합당한 보상이라는 측면을 유기적으로 보전(補塡), 보완해 실행해 나가야 한다.

PL법 개정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안한다.

첫째, 제한적으로 징벌적 배상제도(Punitive damages)를 도입해 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과 기업정신을 바로잡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제조자의 부주의나 무관심, 도덕적 의식과 관련된 사고는 재산·신체상의 안전성 확보 또는 손해 확대 방지를 중심에 두고, 제조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을 때에 국한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해 제조자에 대해 손해배상 이외에 제한된 범위에서 부가금 지불을 명하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미국식 디스커버리(Discovery)를 도입해 증거개시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PL법에 근거한 소송에서 제조물의 안전성에 관한 설계·제도 등의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소유하고 있는 제조업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증거자료를 개시(開示)해야 할 것으로 규정해야 한다.

셋째, 제조물의 범위를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하는 정보기술(IT) 분야까지 적용해 광의의 일반 및 특수 정보를 포괄해야 한다.

넷째, 결함에 인과관계 추정규정의 도입도 필요하다. PL법 시행 후 여러 유형의 이의제기 과정에서 확인된 것처럼 피해자가 가진 지식이나 정보로는 입증이 불충분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판명됐다. 그동안 피해구제가 불충분한 많은 사례를 감안한다면 입증 부담의 불공평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판단되므로 공평을 기할 목적으로 이 추정규정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섯째, 모든 피해나 재해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자신뿐 아니라 소비자 단체에도 PL소송의 소권을 제소할 수 있게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 품목별 PL상담센터 또는 소비자 고발단체에 소권을 부여해 미국식 집단 소송(Class action)이나 독일식 단체소송을 가능토록 해야 한다.

여섯째, 내부고발자 보호제도의 확립이다. 이탈자 또는 배반자 취급을 받는 양심 있는 자의 선언을 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일곱째, 제품 개발과 제조가 완벽하게 이뤄져 결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는 때가 종종 있다. 표시문구나 경고문구가 완벽해도 사용자의 오용(Misuse)이나 남용(Abuse)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그 사용자도 잘못이 있는 만큼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다.

여덟째, 기업가도 이윤창출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제품의 결함이 발견됐을 때는 양심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행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의 기업윤리(Entrepreneurial ethics) 진작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성숙된 소비자의 자세는 물론이고 기업의 PL 대응이 자발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진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나경수 한국PL상담센터협의회장(전자·정보인협회장) rha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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