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 의류업체는 얼마 전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개성공단 입주기업 전용매장을 설치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개성에서 어렵게 가져온 상품을 팔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차에 최소한의 운영자금이라도 벌 수 있게 됐다.
#개성공단 입주 전자부품 업체 A사는 전용매장 설치 소식에도 여전히 울상이다. 의류 등과 달리 전자제품에 맞춰 생산하는 부품은 일반 소비자에게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개성으로 가는 길이 잠시 열렸을 때도 애써 만들어 놓은 부품들을 절반 이상 두고 왔다. 어렵게 모두 가져와야 받아줄 곳이 없는 까닭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 사이에서도 명암이 갈리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를 돕는 손길이 전자부품 등 상당수 업체들에는 닿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롯데쇼핑은 개성공단 입주업체 전용 매장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도산 위기에 처한 입주 기업을 돕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적극 나선 것이다. 주로 판매될 제품은 개성에서 생산한 속옷·아웃도어 등 의류다. 섬유·의류 업체들은 그나마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반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기·전자·화학 등 타업종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특별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개성공단 정상화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갈수록 사태가 악화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자금난을 겪는 동시에 인력 감축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이다.
특히 고객사 주문으로 부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주량이 많게는 절반 이하로 급감하며 향후 사업에도 난관이 예고된다. 개성공단에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생산 안정성을 확신할 수 없는 고객사들이 계약을 꺼려 개성공단 생산 정상화에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입주 부품업체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체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도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기업도 상당수”라며 “정부 차원에서 보다 많은 입주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