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청와대는 오전 10시 30분에 인사 발표를 하겠다며 방송카메라를 세팅하라고 언론사에 요청했다. 청와대 춘추관 기자들은 2개월여간 공백이었던 정무수석을 드디어 임명하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박 대통령은 허태열 비서실장과 장기공백 상태이던 정무수석의 임명을 비롯한 수석 4명의 교체 등을 포함해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절반을 교체하는 깜짝인사를 단행했다.
이 같은 파격 인사는 추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국정 운영과 국정원 도청 사건 등으로 수세에 몰린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해석됐다. 아직도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 등 방향성이 모호하며, 창조경제와 고용·복지 등 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내세운 핵심 어젠다가 표류하거나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박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국정운영을 확실히 다잡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하반기 민생 살리기가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국정이 자칫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청와대 참모진도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고 공직사회 전반 기강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는 판단이 전격 인사 단행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구현 등 각종 정책 추진과 국정 기획 등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책임을 비서실장과 수석에게 물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를 놓고 여야 시각은 엇갈렸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경험이 많은 분들 위주로 인사가 잘 이뤄졌다”고 분석하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구현해 국정을 잘 운영해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임명 6개월도 안 돼 이례적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을 경질한 이유를 우선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새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김기춘 전 의원이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등 수많은 국정과제에 제대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비정치인 출신인 박준우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여야 간 첨예한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임무를 띤 정무수석에 정치권 경험이 전혀 없는 정통 직업외교관 출신 인사를 발탁해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