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조심스럽게 칼을 뽑아들었다. 기관의 대표 수족이라 할 수 있는 산하기관인 특허정보진흥센터(이하 센터)에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날렸다. 지금보다 개선된 사업 효율화 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표면상으로만 본다면 논란이 될 게 없다. 굳이 상급 기관 지시가 아니더라도 해당 기관 내부적으로라도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특허청의 이번 메시지에는 꽤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사업 효율화 방안 핵심은 센터 소재지 이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특허청은 내심 센터가 서울을 떠나 대전에 소재한 특허청 주변으로 이전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특허청과 센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다. 무엇보다 특허를 심사하는 심사관 입장에서는 조사원의 제대로 된 선행기술조사가 큰 힘이 된다. 조사원의 생각을 제대로 읽어야 특허를 심사하는 데 업무 중복을 막을 수 있고, 심사 품질도 높일 수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특허청과 센터가 가급적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센터 이전론이 설득을 얻는 이유다.
특허정보진흥센터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기관 윕스는 수년 전 특허청이 있는 대전에 지사 사무실을 냈다. 당시 100명이 넘는 해당 부서 인력이 서울에서 대전으로 대거 이동했다. 윕스의 이러한 조치로 선행기술조사 품질은 물론이고 특허심사 품질도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 특허청 판단이다.
센터의 이전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기관 이전은 결코 쉬운 사안이 아니다. 제안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센터는 직원 규모만 하더라도 600명이 넘는다. 이들에게는 가족도 딸려 있다. 쉽사리 기관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 전체 구성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과 열악한 임금 체계도 문제다. 가뜩이나 직원 이직이 잦은 상황에서 기관을 이전한다면 대규모 직원 이탈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전이라는 명제를 고집하기 전에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애로사항은 무엇이 있는지 특허청과 센터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
직원들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 무작정 이전에 반대하는 모양새가 아닌, 국가 특허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볼 필요도 있다. 센터 기관과 직원의 대승적 판단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