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로비 때문 주장도…삼성전자 유감 표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특허 침해를 이유로 애플의 구형 스마트 기기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4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ITC 권고를 거부한 건 지난 1987년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산업계 행보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에서 “ITC의 수입금지 결정을 검토하고 이번 조치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고려한 결과 수입금지 결정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며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과 미국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등 다양한 정책적 요소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ITC의 결정이나 분석에 대한 동의나 비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특허 보유권자는 법원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구형 제품을 계속 미국에 수입할 수 있게 된 애플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크리스틴 휴젯 애플 대변인은 “중요한 사안에서 혁신을 지지한 미 행정부에 박수를 보낸다”며 “삼성전자의 특허 남용은 잘못된 해위”라고 비난했다. 삼성전자는 “ITC 최종 판정 거부는 유감”이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표준특허 남용 금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프로먼 USTR 대표는 이날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표준특허 보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특허 사용자에게 사용권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원칙`을 강조했다.
정·재계의 로비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미 상원의원 4명은 최근 프로먼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애플 제품 수입 금지에 대해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AT&T 역시 무역대표부에 거부권 행사를 압박해 왔다.
업계는 미 정부의 거부권 행사가 삼성전자와 애플 양측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금지 조치 해제 제품이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 주력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기업 간 특허분쟁에 개입한 것은 논란거리다.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해 온 오바마 정부가 정작 자국 기업에게 보호주의를 적용한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