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G밸리경영자협의회장(한일월드 대표)은 두 달 전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소개받았다. 10년 넘게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온 데다 같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였기에 주저 없이 소개받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모든 책임과 정면 승부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장에게 바치는 책`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사장의 일`이었다. 경영컨설턴트 출신으로 관련 기업을 경영하는 하마구치 다카노리가 쓴 책이다. 사장이 갖춰야 할 자질, 리더십, 경영의 지혜 등이 담겼다.
이 회장은 지난 20여년간 실시간 살균 정수기 등 소형 가전 브랜드 `필레오`로 사업을 벌여 온 `직업이 사장`인 사람이다. 오랜 기간 경영자로서 기업을 이끈 이 회장에게도 새롭게 느껴질 `사장의 일`이 있을까.
이 회장은 “몰랐던 부분이 정말 많아 놀랐다”고 답했다. 그는 “20여년간 CEO로 일했기에 나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렇지 않더라”며 “책을 읽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사장 무한책임론이다. `눈이 내리는 것 또한 사장의 책임`이라는 구절은 CEO가 얼마나 많은 책임감을 지녀야 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이 회장은 “그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불가항적인 변수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는데 사실은 그것 또한 미리 예측하지 못한 사장에게 책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리스크 관리에 보다 신경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책은 이 회장이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도 마련해줬다. 그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호황일 때 미리 위기를 준비하지 않은 탓에 갑자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많이 봤다. 책을 읽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 자신만의 경영철학도 다시 떠올렸다. 그가 경영하는 한일월드 홈페이지에는 `직원은 1차 고객, 협력회사는 2차 고객,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은 3차 고객`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서 내부 직원과 협력사가 만족해야 최종 고객인 소비자들도 만족한다는 뜻이다. 책에도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회장은 “회사 경영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1차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책 제목과 달리 직원들도 읽어볼만하다고 권했다. “직원들이 회사와 CEO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 주인의식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시험공부하듯이 정독한 책이지만 이 회장은 최근 다시 책을 집어들고 두번째 읽기를 시작했다. 그는 “가끔 주변에서 사장이 해야 할 일을 망각해 회사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사례를 보기도 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CEO로서 본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