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통신 시장에 `통폐합` 바람이 분다.
4G LTE 네트워크 구축 등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미국·아시아에 뒤처진 탓이다.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키워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EU 통신 기업 간 인수합병이 빠르게 늘어 올 1월부터 7월까지 M&A 규모가 722억달러(약 80조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통계 기관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이는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세계에서 이뤄진 거래의 52%에 해당한다. 유럽 통신 시장은 소규모 기업이 난립했다. EU 28개 국가에 100개가 넘는 통신사가 가격 경쟁에 시달렸다. 작은 규모로 수익 확보와 신규 투자가 어렵다.
올 상반기 이 문제를 심각하게 직시한 EU 통신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스페인 텔레포니카는 최근 네덜란드 통신사 KPN의 독일 모바일 사업부문 `에플루스(E-Plus)`를 인수했다. 텔레포니카는 독일 모바일 가입자 38%를 확보한 독일 최대 통신사로 올라섰다. 호세 마리아 텔레포니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유럽에는 사업자가 지나치게 많다”며 “통합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인수는 EU 통신사 구조조정 시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최대 통신사 오렌지의 스테판 리처드 최고경영자(CEO)도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이제 (통폐합) 사이클의 시작점에 섰다”며 “오렌지는 `통합의 물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통신사 `스리이탈리아(3Italia)`의 모기업 허치슨왐포아는 텔레콤이탈리아SpA와 결렬됐던 인수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 허치슨왐포아는 또 다른 통신사 윈드(Wind)와도 협상 중이다.
EU 통신업계 경영자들은 이탈리아·벨기에와 북부 유럽 지역에서 가장 먼저 통신사 간 통폐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