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좌씨전에 환왕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춘추시대 환왕은 왕실 권위를 회복하려 당시 기세를 올리는 장공을 토벌하기 위해 나섰다. 환왕의 군사를 맞은 장공은 고민에 빠졌다. 한 공자가 장공에게 전차부대를 앞세우고 보병이 전차부대 틈을 연결하는 `오승미봉(伍承彌縫)`의 전법을 제안했다. 장공은 이 전략을 구사했고 토벌군을 격퇴했다. 장공의 이름은 천하에 알려졌으며 `미봉책`이란 말도 유명해졌다.
`미봉책`이란 본래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하는 빈틈없는 전투 포석의 의미다. 오늘날에는 그 뜻이 바뀌어 아랫돌 빼어 윗돌 괴는 임시변통의 꾀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정부는 지난 5월 말 여름철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종합 절전 대책을 내놓았다. 하계 피크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납품 비리로 원전 23기 중 상당수가 멈췄다. 다급해진 정부는 강력한 대책들을 제시했다. 가용 가능한 발전자원을 총동원하고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기로 했다. 또 수요를 줄이기 위해 절전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력수급 문제는 이제 연례행사가 됐다. 우선 정부의 중장기 전력수급 예측 실패가 전력수급 위기의 1차 원인이다. 2006년 발표된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06∼2010년 전기소비 증가율을 4.6%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는 6%를 훨씬 웃돌았다. 상당수 발전소 건설은 주민 설득에 실패해 지연됐다. 송변전 시설구축도 곳곳에서 반발한다. 근본적으로 생산단가보다 판매단가가 더 싼 기이한 전력산업 구조문제도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정부의 절전 대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미리 대비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는 인상이다. 그야말로 임시변통의 `미봉책`이다.
절전 캠페인 같은 임시변통에 급급하지 말고 중장기 대책을 세워 전력수급난을 타개해야 한다. 국가 에너지 장기 플랜의 핵심 현안인 원전 문제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다. 에너지 분야의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하는, 빈틈없는 전략의 `미봉책`이 필요하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