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일반적으로 `잘 닦인 유리관 안에 담긴 물건들을 감상하고 오는 곳`이다. 다양한 체험형 전시가 많아졌지만 기억 속 박물관은 학교 단체 관람이나 방학 숙제용 장소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눈으로 보고 안내판의 문구를 수첩에 적는 것이 고작인, 딱딱한 공간이다.
컴퓨터 박물관은 오죽할까. 제주시 노형동에 들어선 넥슨컴퓨터박물관도 지레짐작은 그랬다. 옛날 컴퓨터들을 모아 전시했다고 하니 네모난 모니터와 본체가 일렬로 늘어선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하지만,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개관에 앞서 미리 둘러보니 여유로운 제주도 풍광만큼 박물관 내부도 관람객에게 상당한 자유를 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롭게 전시품을 만져보는 것은 물론 직접 추억의 게임들을 해볼 수도 있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박물관의 수장고를 개방형으로 만든 `오픈 수장고`에서는 관람객이 전시품을 직접 기증할 수 있으며 향후 전시를 원하는 물품을 신청할 수도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재미는 크게 둘로 나뉜다. 초기 컴퓨터의 다양한 기종을 직접 보는 것은 물론이고 운영체계(OS), 부품, 프린터 등의 주변기기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것이 첫 번째다.
또 하나는 1970년대 추억의 패키지 게임과 오락실 게임은 물론 첨단 3D 게임까지 모두 시연해볼 수 있는 재미다. 아이들은 고품질 3D 게임이 등장하기까지 거쳐온 변천사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고 부모는 학창시절 추억 속 게임을 다시 해볼 수 있다.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은 “지금은 인터넷 검색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수집하지만 예전에는 어른들의 말, 책, TV에서 지식과 정보를 얻어왔다”며 “197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된 우리의 일상과 생활 문화가 변해온 과정, 컴퓨터의 개발 역사를 수집·보존하고 앞으로 변해갈 문화와 역사를 담아내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게임부터 미래 가상현실 게임까지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는 1970년대부터 등장한 초기 컴퓨터 게임부터 미래 가상현실 게임까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추억의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들을 복원해 마음껏 사용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락실 게임들도 직접 해볼 수 있다. 물론 동전은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게임기인 `컴퓨터 스페이스`(1971년)를 볼 수 있다. 최초의 상용화 게임인 `스페이스 인베이더`(1978)도 당시 모습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해적판인 `갤러그`로 더 잘 알려진 `갤라가`(1981), `엑스리온`(1983)도 볼 수 있다.
아타리의 고전 게임인 `피트폴(PITFALL)`도 체험할 수 있다. 1977년 등장한 컬러그래픽 게임기 `아타리 2600`에서 게임을 재생한다.
한 쪽에서는 최신의 온라인·콘솔게임을 비롯해 미래형 게임도 시연할 수 있다. 킥스타터에서 시작한 가상현실(VR)용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오큘러스 리프트`를 직접 해볼 수 있다. 이 제품은 2014년 상용화 예정이며 넥슨컴퓨터박물관에는 개발자용 버전을 전시했다.
이 외에 직접 사용해볼 수는 없지만 최근 화제가 된 탈믹 랩스의 동작인식용 암밴드 `마요(MYO)`도 전시했다.
◇부품·주변기기 변천사도 한 눈에
세계 최초의 컴퓨터인 `애플 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조사와 형태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PC를 살펴보는 것도 큰 재미다. 콘솔 기기의 변화와 발전을 한 눈에 볼 수도 있다.
최초의 입력 장치라 할 만한 타자기도 일부 전시해 눈길을 끈다. 1922년 선보인 수동타자기 `레밍턴 No.12`와 1968년 등장한 `공병우 한글타자기`를 만져볼 수 있다.
파란색 화면의 PC통신을 복구한 전시도 눈길을 끈다. 박물관 사전 공개 행사에서 실물을 전시하지 않았지만 개관에 맞춰 PC통신을 시연하도록 구성했다.
`한메타자교실`, MS-DOS, GW베이직 등 1990년대에 쓰인 응용 프로그램들도 시연해볼 수 있다. USB 메모리를 넘어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발한 요즘 8인치 플로피디스크를 넣어 구동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인텔 CPU의 역사, 사운드카드 기술 발전에 따른 소리의 변화도 재미있게 구성했다.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쉽게 전시를 이해하고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