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키코 트라우마 이젠 벗어나자

키코(KIKO)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한민국 기업을 강타한 초강력 쓰나미였다. 우량 수출기업이 순식간에 흑자 부도에 이르렀다. 키코 상품에 가입한 담당자는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수출기업의 피해를 방지하는 파생금융상품인 키코는 환율이 급상승하자 메가톤급 파괴력을 가진 폭탄으로 변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키코 피해규모는 기업 738개사, 피해금액 3조2247억원에 이른다. 피해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몰려 후유증이 심각하다. 피해 기업은 재기의 몸부림을 하지만 상당수가 부채비율 증가와 자본잠식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다. 가까스로 금융거래 중단 위기를 넘겼다 해도 신용도 하락으로 대출한도가 축소되고 이자율은 높아지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피해 기업과 은행의 소송전도 장기화했다. 많은 기업이 장기화하는 소송에 따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했지만 아직 270여건의 소송이 진행형이다.

지난 18일 대법원에서 키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키코 사태는 세계적 금융위기 때 큰 파급을 일으킨 사건으로 중요한 쟁점이 많고 사회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통해 국민 의견 등을 접수한 뒤 8월에 선고할 예정이다. 5년 가까이 끌어온 키코 사태 소송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대법원의 판결이 진행 중인 270여건의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키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소송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국가는 기업을 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 기업이 복잡한 구조의 금융파생상품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 구제에 소극적인 편이다. 게다다 키코를 기업의 탐욕으로 보는 시각까지 있다. 옳지 않다.

판결은 계약내용의 불공정성과 체결과정에서 사기성이 있었는지에 달렸다. 어느 쪽으로 나든 우리 기업은 엄청난 수업료를 물고 값진 교훈을 얻었다. 환율변동 피해를 막아줄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가입했던 기업들도 키코가 작은 이익과 큰 위험의 손익구조를 가진 부적합 상품임을 깨달았다. 이제 키코 트라우마를 털고 일어설 때가 됐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