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로 섬유 염색·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젊은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했다. 그러나 연구원은 며칠 뒤 회사를 그만뒀다. 처가에서 해당업체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이유였다. 중소기업 브랜드 밸류와 복리 후생이 젊은 인재를 유인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주 전국투어를 마쳤다. 중소기업 대표와 만나 정부출연연구소를 활용한 중기 지원 정책을 소개했다. 현장 어려움도 들었다. 이상목 미래부 차관이 직접 참여해 중기 애로사항을 점검한 마지막 안산설명회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인력 문제`를 토로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인재는 젊은 친구들이지만 연봉과 회사 저명도가 없으니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중소·벤처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미래부도 출연연 기술 멘토링, 전문 R&D 인력 파견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대기업 수준 복리후생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창조경제 주역으로 조명 받고 있는 `젊은 인재`는 정작 안정적인 대기업과 고연봉만 바라보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최고라고 자부하는 KAIST에서도 최근 고민이 많다. 총장이 나서 대학 개혁을 외치면서 학교 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매일 몇 건씩 총장에게 이메일이 전송된다. 대부분은 `학생이 무슨 수업을 듣는 것이 좋은가` `학점 관리는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이 맞는가`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가 보낸 메일이다. KAIST 관계자는 “학생 자율성과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며 “안정적인 삶을 살기 원하는 자식사랑이 오히려 학생을 망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창조경제 정신으로 창의·혁신·도전 등이 손꼽히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에 없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정부에서 시행한다고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아니다. 다음 세대를 이끌 창조 주역은 “창조경제는 개인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 기업, 정부는 지원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존 호킨스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안정`에서 나오지 않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