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청와대 인사 검증 약인가 독인가

공공기관 합리화, 전략과 주요과제

지난 6월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선임 절차를 잠정 중단할 것을 지시한 이후 공공기관장 제청권을 지닌 정부는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다. 청와대가 잠정 중단을 지시한 것은 금융권 기관장에 모피아 출신이 대거 선임되면서 해묵은 관치 논란이 금융권에서 다시 불거진 때문이다. 한 친박근혜(친박)계 의원의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설이 나돈 것도 선임 잠정 중단 지시의 단초가 됐다.

청와대는 잠정 중단 지시와 함께 인사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하고 3배수였던 기관장 후보군을 6배수로 확대해 자격심사를 진행 중이다. 청와대가 기관장 인사에 제동을 걸고 부처 `마피아` 양산 차단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많다. 관례적으로 이뤄졌던 관료 출신의 기관장 낙하산 인사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인사 검증을 까다롭게 하면서 인선이 지연, 기관의 주요 의사결정이 덩달아 전면 중단되고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어 문제다. 공공기관장은 해당 기관의 임원추천위를 거쳐 정부에서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이 인선을 미루면서 기관의 동맥경화 증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관장 인선 지연은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한번 맡기면 끝까지 믿고 중용하는 대통령 스타일상 인선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가 공백이 된 지 두 달이 되어 가는데도 아직까지 신빙성 있는 하마평조차 없는 상태라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새 정부 인사 스타일인 `철통보안`과 `깜깜이 인사`가 기관장 인사에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허태열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챙기다보니 인사위가 제 역할을 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장관의 인사권(부처 및 산하기관장)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청와대 지시로 공공기관장 인선 절차가 일제히 멈춘 건 이런 약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공기관 임원추천위나 정부 제청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따라서 청와대가 기관 마피아의 낙하산 인사를 제한하려는 의지는 이해하지만 공공기관이 업무공백을 빚지 않도록 해당 부처 장관에게 인사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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