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자산운용사 CEO가 권하는 책이 `노는 만큼 성공한다` 라니.
처음 제목을 접한 기자로서는 난감했다. 책을 추천한 김홍일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대표는 1991년 경북대를 졸업하고, 한국산업은행에 입사해 국제금융부와 싱가포르지점을 거친 후 홍콩 ABN암로와 리먼브러더스, 노무라증권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인물이다. 지난해부터는 지식재산(IP) 기반의 금융기법을 국내에 적용하면서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저자를 알아보고 CEO의 설명을 들어보니 무릎을 치게 한다.
김 대표는 김정운 교수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권했다. 김 대표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가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정과제로 내세운 창의성에 대해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 책”이라고 단언했다.
이 책은 창의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것은 없다. 정확히 말해 창의성이란 아주 익숙한 것을 다른 맥락에 놓아 새롭게 느끼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일상에서 마주치는 익숙한 것을 다르게 표현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바로 창의성이다.
김홍일 대표가 이 책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의 업무가 창의성과 깊은 연관성을 맺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운영 중인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은 국내에서는 매우 생소한 금융기법을 활용한다. 기업이 소유한 지식재산권과 전용실시권을 매입하고 재설정해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델이다. 물론 이들 사업은 기업과 금융기업에는 매우 익숙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를 재해석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항공기, 선박, 부동산 등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금융기법을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으로 확대한 것이다.
김 대표는 “김 교수의 책에서 창의성에 대해 정의하듯 우리가 하는 사업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아니라”며 “기존 사업을 다르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창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거창하게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니다. 물론 창의성을 설명하기 위한 책도 아니다. 이 책은 일중독과 엄숙주의에 빠진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김 교수의 톡톡 튀는 강의 만큼이나 신선하고 직설적인 서술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매력이다.
김 대표는 “한국 사회에 대한 그의 분석은 재미있고 의미 있다”며 “회사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운영하는 회사가 작지만 늘 부딪치는 회사 내 소통 문제 등에 대한 그의 분석은 그의 외모와 달리 결코 가볍지 않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최근 번역서로 많이 출간되고 있는 외국 저자의 행동경제학과 비교해서 오히려 훨씬 쉽게 읽히고 그 내용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