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러시아 유력 이동통신사의 연이은 아이폰 판매 중단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인도에서도 이통사가 아이폰을 외면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스마트폰 업계에서 신흥 시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진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애플의 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17일 블룸버그와 BGR는 애플이 러시아 주요 이통사와 등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러시아 최대 통신사 MTS에 이어 2·3위 통신사 빔펠콤과 메가폰이 잇달아 아이폰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3대 통신사의 시장 점유율은 82%에 이르며 가입자 수는 3억명에 육박한다.
아이폰 포기는 애플의 지나친 요구 때문이다. 안드레이 두봅스코브 MTS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아이폰 보조금과 마케팅을 위해 통신사들이 막대한 돈을 쓰기 원한다”며 “아이폰 판매를 멈추는 게 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아이폰 판매가 빠르게 늘어 애플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69% 늘어 1300만대에 육박했다. 러시아 이통사가 유럽 지역에서도 사업을 해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 빔펠콤은 러시아, 이탈리아, 캐나다, 우크라이나, 파키스탄에서 서비스 중이다. MTS도 중부·서부 유럽 시장을 통틀어 1억명의 가입자를 자랑한다.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은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빔펠콤과 MTS의 친삼성전자 경향은 최근 들어 더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빔펠콤은 애플과의 협력 중단 발표와 함께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유통 계약을 맺었다.
인도에서도 애플은 고전 중이다. 더딘 신제품 출시와 고가 가격 정책이 문제다. 월터 피에킥 BTIG 애널리스트는 “매달 10달러 안팎의 통신비를 원하는 소비자가 80%인 인도에서 600달러(약 67만원)짜리 아이폰은 무리”라고 말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저가 라인으로 중산층을 공략해 지난해 인도 시장 1위를 거머쥐었다. IDC에 따르면 인도는 2017년 15억대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0%를 차지할 전망이다. SA는 인도가 중국과 미국을 잇는 세계 3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아심코에 따르면 애플이 손잡은 통신사는 약 240개,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통신사는 약 800개에 달한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