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산에서 강연이 있어 해운대에 들른 적이 있다. 해운대는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특히 여름에는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여름의 해변은 비키니 차림의 멋진 여인들이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초여름 찾아간 해운대에는 비키니는 없고 바구니만 즐비하다. 지금도 많이 갖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바구니,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리는 자본주의 상징처럼 들린다. 바구니의 용도는 빈 상태가 아닌 뭔가를 채워 넣으려는 욕망에 있다. 해운대에서 맞이하는 아침에 비키니를 보려는 욕구와 뭔가를 끊임없이 바구니에 채우려는 욕심은 욕망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끝은 한가지다. 비키니를 찾는 인간의 욕망과 바구니를 채우려는 소유욕은 모두 같은 욕망의 물줄기다.
요구에 호소하는 시장은 이미 포화돼 있지만 욕망에 호소하는 시장은 무한대로 열려 있다. 요구는 충족되지만 욕망은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는 “인간의 욕망은 본래 안에 있지 않고 밖에 있다”고 말했다. 없었던 욕망도 디자인을 바꾸면 다시 꿈틀거린다는 것이다. 아직도 쓸 만하지만 개정판이나 신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제품을 버리고 새로운 제품을 사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욕망의 물줄기를 따라가는 비키니와 바구니에서 벗어나 잠시 세상을 굽어보고 돌아보는 비구니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이미지의 홍수가 눈을 멀게 하고 소음의 공해가 귀를 멀게 한다. 눈이 멀고 귀가 먹은 시대, 눈을 새로 뜨고 먹은 귀를 트이게 하는 방법은 모두가 자신을 봐달라고 호소하는 세상, 시끄러운 소음의 공해로부터 잠시 멀어지는 것이다. 눈을 감고 침묵과 함께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다. 화평한 비구니의 마음에서 시끄러운 세상을 이기는 묘안이 떠오를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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