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에 출사표를 낸다. 다수의 세트업체와 TSP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모델은 승인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기는 양산라인 구축을 위해 디스플레이업체로부터 4~5세대급 LCD 라인을 인수할 전망이다. 이를 개조해 커버유리 일체형(G2) 등 차세대 TSP를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TSP 사업이 회사의 주력 사업인 카메라모듈·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대표 최치준)는 올 초 연구소장 허강헌 전무 등 20여명의 핵심인력을 중심으로 TSP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최근에는 기판(ACI) 사업부에서 임원급 인력도 전진 배치했다.
삼성전기는 커버유리 생산과 센서 스퍼터링·원판유리 절단 등 전(前) 공정 역량강화를 위해 협력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초기 양산라인을 구축한 후 내년 하반기께 추가 생산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5세대급 LCD 라인 인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8월 중대형 TSP 물량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삼성전기는 TSP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지난 2010년 삼성디스플레이(옛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서 3세대 LCD 컬러필터 라인을 인수해 G2 TSP 관련 연구개발을 해왔다. 여러 세트 업체와 샘플 개발도 꾸준히 진행하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TSP 전담 TF는 사업 본격화 시기에 즈음에 ACI·OMS 등 기존 사업부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TSP사업이 어느 정도의 규모를 확보한 이후에는 독립 사업부로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TSP사업부로 확대되면 허 전무가 사업부장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아직 TSP사업이 TF 수준에 있는 만큼 독립사업부 이야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사업 규모가 되고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12인치 이상급 중대형 TSP를 쓰는 PC를 타깃으로 정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용 TSP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여러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고착화됐다.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기기 대신 최근 급부상한 중대형 TSP 시장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인텔은 3세대 울트라북에 TSP를 기본 규격으로 채택했고, 컨버터블PC·올인원PC 시장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노트북PC TSP 탑재율 13%, 데스크톱PC 14%로 각각 관측했다. 오는 2016년에는 노트북PC의 40%인 8900만대, 데스크톱PC의 39%인 5600만대에 TSP가 탑재될 것으로 내다봤다.
TSP 업계의 한 전문가는 “TSP 시장이 대형과 소형으로 뚜렷하게 분화되는 형국”이라며 “대형 TSP를 생산하려면 최소 5세대 이상의 LCD 장비가 필요하지만, 초기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3세대 라인도 충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