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의 아버지`가 타계했다.
컴퓨터 마우스를 비롯해 원격 영상회의,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등 다양한 기술을 발명한 미국 엔지니어 더글라스 엥겔바트가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4일 보도했다. 향년 88세. 사인은 신부전증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 아내와 딸 카렌 엥겔바트가 있다.
엥겔바트는 스탠포드연구소에서 50여년을 기술자로 일한 컴퓨팅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PC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60년대에 컴퓨터 마우스를 개발했다. 당시 컴퓨터는 전문가가 아니면 다루기 힘들었다. 이를 불편하게 여긴 엥겔바트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입력 장치를 고민했다.
그는 1968년 스탠포드연구소가 마련한 컴퓨터 시스템 시연회에서 세계 최초의 마우스를 공개했다. 바퀴가 달린 작은 나무상자에 꼬리 같은 전선이 길게 이어져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생쥐(Mouse)`를 연상시켰다. 나무 상자 안에 두 개의 톱니바퀴가 수직으로 맞물려 이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화면의 커서를 상하좌우로 움직였다. 1970년에 출원한 스탠포드연구소의 마지막 특허 `3,541,541`이 바로 마우스다.
마우스 상품화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렸다. 1981년 제록스가 톱니바퀴 대신 볼을 집어넣은 마우스를 선보였으며, 1983년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애플은 1개의 버튼이 달린 리사 마우스를 출시했다.
그는 마우스 발명에 이어 세계 최초로 하이퍼링크 원격 영상회의를 시연했다. 엥겔바트는 당시 두 대의 카메라를 팔로알토 소재 스탠포드연구소에 두고 다른 두 대를 샌프란시스코 시민회관에 각각 설치해 무대 위의 모습과 동료를 번갈아 비추면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커티스 칼슨 스탠포드연구소 소장은 “엥겔바르트가 남긴 유산은 실로 어마어마하다”라며 “전 세계에서 마우스의 편리함을 누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에게 빚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엥겔바트는 지난 2001년 11월 BBC와 인터뷰에서 “나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복잡한 당면 문제를 풀어 세계를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