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연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북한 주민들 사이에 소문이 하나 돌았다. 북한 특수요원이 `핵 배낭`을 메고 남한에 침투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것이다. 당시 핵 배낭이라는 것이 정말 북한에 존재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과거 소련이 해체될 때 핵 배낭 일부가 분실됐는데, 이 중 일부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왔다는 추정도 나왔다.
핵 배낭은 국내 인기 드라마에도 등장했다. 첩보 드라마인 `아이리스`에서 북한 테러리스트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막기 위해 광화문 한복판에 핵 배낭을 두고 휴대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폭파시킨다. 드라마에 나온 핵 배낭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이러한 핵 배낭이 존재할까. 답은 핵 배낭은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소문이나, 드라마속의 핵 배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핵 배낭은 특수원자파괴탄으로 무게가 30㎏ 정도인 소형 전술용 폭탄이다. 미국에서 만든 Mk.54 SADM(Special Atomic Demolition Munition)이 대표적이다. SADM은 특수부대원들이 등에 메고 몰래 침투해 적의 댐이나 구조물을 폭파시키는 데 사용한다. TNT 10톤에서 1000톤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러시아도 이와 유사한 `슈트케이스 핵폭탄`을 만든 적이 있다. 러시아에서 분실돼 북한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이 바로 이것이다.
이처럼 핵 배낭은 북한 주민들 소문처럼 대도시인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지는 못한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처럼 일반 가방을 메듯 가볍게 메고 뛰어다니지도 못한다. 이는 핵 배낭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의 양을 압축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여기까지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
향후 고농축우라늄 기술이 고도화되면 하나의 도시는 몰라도 동네 하나는 완전히 날려 버릴 수 있는 고성능 소형 핵폭탄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기술 발전이 보다 더 이뤄지면 도시락만한 핵폭탄이 나올 수도 있다. 과거 우스갯소리로 하던 도시락 폭탄이, 실제 전투용 폭탄으로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