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디스플레이 장비 납기, 부익부 빈익빈 부른다

한동안 기근에 시달리던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가 잇단 발주 소식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종전보다 납기를 대폭 앞당기면서 장비 업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 고객사 주문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일부 기업들로 수주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 LCD 라인 장비 납기를 3~5개월로 줄인 데 이어 LG디스플레이도 중국 광저우 공장용 장비 납기를 단축시킬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도 여전히 공식 발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납기가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장비 납기를 크게 줄인 이유는 끝까지 시황을 관망하다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시기에 이르렀을 때에야 설비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통상 6개월을 요구받았던 장비 납기는 근래 짧게는 3개월, 보통 4개월로 단축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진행됐던 중국 BOE의 장비 납기는 평균 6개월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쑤저우 라인용 장비를 지난 4월 발주했지만 대부분 7월 말 공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2월 말이나 3월 초에는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도 내년 중순 가동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비 업계에는 구매의향서(LOI)만 전달했다. 발주서(PO)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LOI가 나오자 업계는 조급해졌다.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중순께 가동하기 위해서는 연말이나 연초에는 장비를 납품해야 한다. 하지만 정식 PO는 한 달 후에나 예상돼 납기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AM(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인인 A3 납기는 최단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6세대(1500×1850㎜)와 저온폴리실리콘(LTPS) 정도의 윤곽만 확정됐을 뿐 정확한 물량이나 세부 기술 규격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장비 업체들과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막상 발주가 나왔을 때 3~4개월 정도로 납기가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장비 발주가 긴박하게 이뤄지다보니 장비 업계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발주 정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핵심 협력사나 규모가 큰 기업들에 수주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물리적인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일부 장비 업체들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웠던 장비 시장이 또 한 번 변화를 맞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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