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마련한 한 벤처포럼에서 나는 감명을 받았다. 포럼의 기조 주제가 대한민국 싸이월드 사례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정보기술(IT)의 성지로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실리콘밸리는 한국 벤처 싸이월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성공에 주목하고 있던 것이다. 당시 페이스북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페이스북은 글로벌 기업이 된 반면에 싸이월드는 잊혀지고 있다.
![[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2>스마트 무버는 청출어람이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7/02/448214_20130702174851_319_T0001_550.png)

여기서 페이스북이 뜨고 싸이월드가 진 이유를 굳이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숱한 MBA과정에서 논의됐고, 책으로까지 발간됐다. 그렇지만 우리가 인식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싸이월드가 선도자(First Mover)였다면 페이스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싸이월드가 약간의 성공을 거두려다 그쳤지만 페이스북의 성공은 경이롭다는 것이다.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와 애플의 아이팟(iPod)의 예를 보자. 선도자는 아이리버였다. 그렇지만 성공은 애플이 거머쥐었다. 여기서도 성공과 실패를 분석할 필요는 없다. 선도자가 아니어도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는 두 사례를 놓고 한국이 약소국이어서 생긴 선도자의 예외적 사례라고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삼성 스마트폰의 성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애플이 아이폰으로 선도자의 영광을 누리고는 있지만 당분간 더 큰 성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삼성이다.
미국 내에서도 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의 사례가 있고, 야후와 구글 사례도 있다. 즉, 선도자가 중요하지만 선도자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도 충분히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다양한 사례에서 확인된다. 빠른 추격자가 스마트 무버(Smart Mover)가 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스마트 무버는 어떻게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일까. 빠른 추격자, 선도자, 스마트 무버의 장단점을 비교한 표에서 보듯이 스마트 무버는 선도자와 빠른 추격자의 장점을 취할 수가 있고 단점은 줄일 수가 있다. 이 표면적인 이유 이외에도 더 중요한 내용이 숨어 있다.
첫째, 선도자 제품은 시장에 처음으로 나오는 것이기에 아무리 완벽을 기했어도 그 완성도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것이 성공하면 그것에 더 잘 맞는 기술이 물밀듯이 개발되고, 이를 계속 적용해야 경쟁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둘째, 제품의 다른 활용도가 생겨나면서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요구사항이 생겨난다. 변화하는 고객 요구사항을 제대로 충족시켜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셋째, 다른 것과의 융합이 일어나면서 전혀 관계없다고 여겼던 새로운 분야와의 접목이 필요하게 된다. 자기 기술과 분야에만 안주한다면 선도자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점차 소멸하게 된다.
이렇듯 선도자로서 잘 준비한 제품과 사업도 그것이 가지는 모든 가능성에 비하면 어쩌면 빙산의 드러난 일각에 대해 제대로 준비한 것일 뿐이다. 만약 그 새로운 것이 큰 가능성을 가진 것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겉에 드러난 빙산 외에도 숨어 있는 가능성을 제대로 파헤치는 것은 위에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내용일 것이고, 이것에는 선도자가 선제 대응하는 강점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스마트 무버가 잘만 대응한다면 그것을 넘어설 수 있다.
이처럼 선도자가 아니어도 새로운 것을 잘 이해하고, 잘 배우고, 그리고 이것으로부터 퍼져나는 새로운 가능성에 더 빨리 대응하는 스마트 무버가 될 수만 있다면, 개척 비용은 적게 지불하고 적은 위험부담을 가지면서도 큰 성과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스마트 무버는 선도자로부터 배워서 그것을 넘어서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