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물다 떠난 자리에서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이 비롯된다. 내가 머문 화장실을 더럽히면 누군가 좋지 않은 기분으로 볼 일을 본다. 내가 머문 공원의 벤치를 더럽히고 떠나면 누군가 그 자리에서 불편한 마음으로 머물다 떠난다. 내가 앉아 있던 지하철이나 버스 자리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떠나면 누군가 그 자리에서 좋지 않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내가 지나간 흔적은 훗날 다른 사람에게 어떤 얼룩으로 남을지, 아니면 아름다운 무늬로 남을지 결정하는 증표가 된다. 내가 머문 자리에 남긴 나의 흔적이 누군가에게는 환한 미소를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무늬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보고 싶지 않은 얼룩으로 남아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내가 자고 일어난 이불을 개지 않으면 누군가 내 이불을 개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듯, 내가 남긴 뒤 끝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나 한 사람쯤이야 하는 사고방식이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려야 하는 무례함과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다.
양말을 벗어 뒤집은 채로 세탁기에 넣으면 세탁 후에는 다시 양말을 원래대로 뒤집어야 한다. 어떤 일의 끝자락에서 내가 남긴 끝이 또다시 내가 시작해야 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끝날 때 편안했지만 시작할 때는 불편하다. 일을 마치기 전에 조금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지막을 매끄럽게 장식하면 그 마지막에서 홀가분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나의 작은 배려가 나는 물론이고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큰일도 아니다. 힘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조금만 생각하고 배려하고 정리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많다. 내가 조금 힘들면 남이 좀 편안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내가 좀 편하자고 대강 마무리하면 역으로 남이 불편해질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생각과 행동이라도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면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언제나 명심하자. 나의 끝에서 누군가는 새롭게 시작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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