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포석(布石)

바둑에서 중반전 싸움이나 집 차지에 유리하도록 초반에 돌을 벌여 놓는 일을 `포석(布石)`이라 한다. 포석은 보통 귀에서 시작한다. 화점(花點)과 삼삼(三三), 소목(小目), 고목(高目), 외목(外目) 등이 주요한 초반 포석점이다. 이들 자리는 각각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삼삼과 소목은 귀의 실리를 중시한다. 삼삼은 가장 낮은 자리로, 한 수로 귀를 지킬 수 있고, 소목은 가일수하면 귀를 집으로 굳힐 수 있다. 반면에 고목과 외목은 실리보다는 중앙으로 향하는 세력을 지향한다. 화점은 실리와 세력을 동시에 견지하는 수다. 상황에 따라 실리 또는 세력으로 변화가 용이해 인기가 가장 높은 자리다.

바둑은 상대방이 어떻게 응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고수들은 초반 포석부터 미리 판을 짜 나간다. 또 항상 먼저 둔 돌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고자 한다. 포석에서부터 치열한 두뇌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임기가 내년 6월로 종료된다. 벌써부터 향후 행보를 두고 추측이 난무한다. 혹자는 3선 도전을, 혹자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당내 세력 확장을 점친다. 물론 아직은 모두 추측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도내 정보화 관련 조직의 수장인 정보화기획관을 개방직으로 변경했다. 고위 개방직은 도지사가 수족을 배치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진 자리다. 소통과 홍보를 위한 국(局) 단위 친위 조직을 하나 더 만든 셈이다.

그러다 보니 신청자를 공모하는 과정에서부터 적지 않은 잡음이 들려온다. 사전에 특정 인물을 내정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한 매체는 면접 당일 아침 뉴스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김 지사는 1일 고위직 인사와 별개로 3일께 신임 정보화기획관을 낙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자리를 개방직으로 변경해 보좌관을 앉히는 일은 바둑으로 치면 가장 안전하게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삼삼(三三)에 첫 돌을 놓는 셈이다. 이 포석의 의미를 살리려면 앞으로는 3선 밑으로 저공비행해야만 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브랜드 뉴스룸